현장의 무게

730일, 이름 없는 생명들을 지켜낸 기록

by 김순경

진부와 대관령에서 보낸 730일이 단 이틀 남았다.


평생 연고도 없던 강원도 산골짝에 신임 순경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이 제복은 내게 그저 낯선 옷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영하의 칼바람과 칠흑 같은 산길 속으로 나를 밀어 넣으며, 경찰 배지가 가진 진짜 무게를 몸으로 가르쳤다.


새벽 산길을 헤매며 치매 할아버지를 찾던 밤, 내 심장 소리는 고요한 산동네를 울리는 유일한 경보음이었다.

할아버지를 찾아 가족의 품에 안겼을 때 흘린 그들의 눈물은 내 계급장보다 무거웠다. 그때 알았다.

경찰은 단순히 법을 집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누군가의 무너진 세계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자살 의심자를 찾아 산을 타던 절박함, 가정폭력 현장에서 마주친 아이의 서늘한 눈동자. 사람들은 우리가 사건을 해결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생명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화려한 도심의 네온사인 아래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

매뉴얼 밖의 눈물과 서류 너머의 사명을 이 작은 동네가 내 뼈에 새겨주었다.


이제 이틀 뒤면 나는 이곳을 떠난다. 하지만 여기서 마주친 이름 없는 생명들과 그들의 간절했던 눈빛은 내 안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730일의 시간이 내게 남긴 건 화려한 훈장이 아니라, 제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법이었다.


내일도 나는 출근한다. 장소는 바뀌겠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나를 믿어주었던 이 동네 사람들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경찰로 서 있을 뿐이다.


고마웠다, 진부와 대관령. 이제 다음 현장으로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