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한 톨의 무게, 안녕히 계세요 나의 첫 부임지

진부의 차가운 새벽 공기에 새겨두고 온 마지막 약속

by 김순경

지금 나는 내가 처음 경찰로 발을 내디뎠던 진부면의 밤길을 걷고 있다.

대관령파출소 소속으로 마주하는 마지막 야간 근무. 2026년 2월 20일의 공기는 유독 날카롭지만, 살갗에 닿는 이 서늘함조차 오늘은 왠지 다정하게 느껴진다.


떠난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새롭다. 익숙했던 가로등 불빛, 순찰차 창문 너머로 보이던 식당 간판, 그리고 수줍게 인사를 건네주시던 주민들의 얼굴까지.


"그동안 고생 많았어, 조심히 가."


건네받은 짧은 인사 한마디에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진다.

3 급지 경찰서, 대한민국 지도의 구석진 곳에서 근무하는 나는 어쩌면 거대한 조직 속의 작은 먼지 한 톨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먼지 한 톨이 누군가의 눈에 들어간 아픔을 닦아주고, 누군가의 앞길을 막아선 커다란 돌덩이를 함께 치워주려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의사가 환자의 몸 뒤에 숨겨진 트라우마를 읽어내듯, 나 또한 제복 너머로 시민들의 떨리는 목소리와 보이지 않는 눈물을 읽으려 애썼다.

법전의 조항보다 앞섰던 건, 추위에 떠는 할머니의 손을 잡았던 온기였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가장의 어깨를 지탱하던 나의 단단한 팔이었다.


나는 '치료자'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우는 '동행자'이고 싶었다. 결과가 즉각 나오지 않아도, 내 진심이 당장 닿지 않아도 괜찮았다.

같은 지구라는 땅을 밟고 서 있는 여행자로서, 그저 한 사람에게라도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발버둥 쳤던 그 진심이면 충분했다.


순경의 온도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 온도가 무엇인지 몰랐다.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따뜻하게 타오르는 온도도 아니고, 늘 뜨겁게 유지되는 온도도 아니다.

추운 새벽 골목에서도 꺼지지 않을 만큼의 온도. 옆 사람에게 닿으면 그 사람이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온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나는 오늘 밤 이 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이제 진부의 차가운 밤공기를 뒤로하고 새로운 길을 나선다.

먼지처럼 가볍게 떠나지만, 이곳에서 배운 '사람의 온도'만큼은 내 제복 깊숙이 새겨 넣은 채로.

고마웠어, 나의 첫 진부. 나의 대관령.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