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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경 May 22. 2022

무제

열한 번째 이야기

어떤 인터뷰를 보거나, 아님 산문집을 볼 때면 참 대단하다 싶은 화자들이 있다. 어느 순간 동경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내 안에서 괜히 금 꿈틀대는 그 모방의 욕망으로 펜을 들어본다. 차마 스피커가 될 수 없는 mbti라 소리 소문 없이 글로써 채워보는 것이다.


사실 자기만족으로 들입다 써 내려갔던 글들이었지만 내가 아닌 타인들이 하나 둘 감상 아닌 감상을 툭툭 던져줄 때마다 불현듯 보이지 않는 눈들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미지의 시선과 생각의 존재만으로도 내가 경직되어감이 느껴졌다. 내가 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에 괜한 부담이 늘어갔고, 글 다운 글을 끝까지 다 써본지가 거의 1년이 다 되어감을 알았을 때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막무가내로 한번 글을 써봤다. 아니 사실 써보고 있다. 웬만하면 퇴고 없이 써서 올려 보려고 하는데 아마 이후 며칠간을 수정하고 수정하지 않을까 싶다. 마치 오래간 마음에 담아둔 이에게 쓰기 시작한 편지에 이 얘기 저 얘기를 담다가, 문득 편지 내용이 완전히 다른 길로 새어 버린 것은 아닌지 찝찝하지만 남은 편지지가 없어 일단 보내야 하는 그 직전의 마음이랄까.


나는 내 속 이야기, 진짜 이야기를 정말 입 밖으로 내비치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담아두고 넘어가지도 못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주변인들에게는 꽤나 괴리감이 있는 캐릭터인데, 그 괴리감 때문에 멀어진 사람들이 제법이라 이제는 적잖은 후회감이 쌓였다.


그 후회감들이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 때 즈음이면 뒤늦은 해소의 창구로 써왔던 것이 글이었고, 그래서 나는 글 위에서 나란 사람다울 수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솔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글을 누가 본다고 생각하니, 어찌 모든 이야기를 다 쓸 수 있었겠는가? 솔직함보다는 더 멋있어 보이기 위한 불필요한 허세들이 문제였지만 무엇이든 슬픈 문제이긴 했다. 어디에서도 솔직할 수 없는 내가 괜스레 애달파졌던 것이다.


오늘 이 글을 계기로 나는 나를 더 사랑해보고자 한다.  그 말인 즉 좀 더 거리낌 없이 글 쓰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어진, 이제 내일과 그다음 내일의 나는 조금은 힘들겠지만 이건 미안해하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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