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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업무 스타일의 후배를 보면서

by 부아c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두 명의 후배가 있었는데, J과장과 K과장입니다. 저의 앞자리 후배들이었죠. 한 번은 급한 프로젝트가 있어서 J과장과 K과장에게 자료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비슷한 종류의 조사였지만 다른 영역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J과장은 일이 몰려 있었고, K과장은 널널한 편이었습니다. 같은 시간을 주었고, 그 둘이 일을 해서 제출했는데 J과장의 보고서의 퀄리티가 더 높았습니다.


그게 이해가 잘되지 않았습니다. 미팅 숫자나 프로젝트 숫자를 봐도 J과장이 더 바빴는데, 어떻게 보고서를 더 잘 썼을까? (저는 J과장이 자료를 주면 백업을 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J과장은 야근도 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K과장이 야근을 더 많이 하는 편입니다. 당시 J과장은 야간 MBA도 하고 있어서 자주 칼퇴근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유심히 살펴보니 J과장과 K과장의 업무 스타일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J과장은 전화를 잘 받지 않습니다. K과장은 모든 전화를 받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J과장이 이상한 사람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J과장은 한 번 업무를 시작하면 방해를 받지 않으려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업무 시간에 전화가 오면, 전화를 건 사람을 확인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다릴 수 있는 전화라고 판단하고 받지 않고, 정말 중요한 사람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만 (어쩔 수 없이) 받습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집중하는 그 업무가 마무리되면 (보통 30분~1시간 후) 그제서야 전화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합니다.


K과장은 그런 것이 없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든지 전화가 오면 일단 받습니다. J과장이 K과장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J과장은 K과장보다 집중하는 시간이 더 깁니다. J과장은 업무 통화에 딱 업무 이야기만 합니다. 그래서 J과장의 통화시간은 짧습니다. K과장은 업무 이야기의 앞뒤에 사적인 이야기(관계를 위한)를 업무 이야기만큼 합니다. 그래서 K과장의 통화 시간은 깁니다.


그것이 제가 그 둘의 뒷자리에서 그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것입니다. J과장 업무 스타일처럼 일을 하려면 남의 긴급한 요청에 거절을 잘해야 합니다. 저는 K과장 스타일이었습니다. 인간 관계를 더 중요시했죠. J는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지지만 인간미가 부족하고, K는 덜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지지만 인간미가 있어 보입니다.


어떤 업무 스타일이 더 좋은 스타일일까요? 이는 각자가 선택할 문제입니다. 적절히 섞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일이 자주 생길 것입니다. 꼭 받지 않아도 되는 전화나 요청이 왔을때, 자신의 일을 방해하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니까요. 받거나, 받고 거절하거나, 받고 받아들이거나.


회사의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J과장 스타일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우리는 일로 말해야 하니까요. 관계에 기대는 것은 과거 직장의 덕목이지 않을까 합니다. 주변에 기본적인 인간적인 예의는 하는 (그래서 쓸데없는 오해를 받지 않는) J과장 스타일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다시 직장을 다닐 일은 없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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