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101 댓글 7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회사를 퇴직한 3명의 동료 이야기

by 부아c Jan 13. 2025

저는 회사를 16년 다니고 퇴직했는데, 중간에 회사를 떠난 수많은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3명의 동료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왜일까요? 모두 부러웠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제가 진심으로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첫 번째 분은 선배인데, 그는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며, 틈틈이 미국 MBA 공부를 하고, (이거 상당히 힘든 것입니다. 저도 같이 공부했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미국 TOP 5 MBA에서 합격을 하였습니다. 다들, 에이 영어도 원어민 급이 아닌데, 간다고 잘 되겠어? 라고 의심을 하고, 많은 분들이 무모하다고 비난도 했습니다. 그때 마침 미국 금융위기 이후라 고용도 얼어붙어 있었죠. 하지만 2년 후, 그 선배는 대다수의 예상과는 달리 당당히 구글에 합격을 했고, 지금 연봉은 3억도 훌쩍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그가 미국에 있을 때 틈틈이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힘들지만 행복하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 분은 동기인데, 잘나가는 4년 마케팅 경력을 뒤로하고 유럽의 한 국가로 떠났습니다. 유럽에 여행을 다녀온 뒤, 나는 유럽에 살아야겠어라고 무작정 떠난 그녀는, 지금은 여러 책을 쓰는 작가가 되었고, 각종 미술관에 그림작가로 작품을 전시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유명한 것은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으로 보는 그녀의 모습은 자기 삶에 충실하고 만족해하는 모습입니다. 그녀의 에세이에는 "회사를 그만둔 것을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녀 다웠습니다.


세 번째 분은 후배인데, 아리따운 동기랑 사내 결혼을 한 뒤, 퇴사하고 1년 해외여행을 떠났습니다.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둘이 동시에 퇴사 하다니. 요즘 신입사원들은 다르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1년 뒤, 해외여행기를 책으로 내더니, 그다음 제주도로 가서, 둘이서 각종 에세이를 쓰고, 유튜브도 하고, 여기저기 기고를 하면서 알콩달콩 버는 것에 만족하며 제주도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디지털 노마드 혹은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들 셋은 모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가는 길은 다르지만 모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MBA를 간 형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 길이 자신의 길이라고 확신했고, 유럽으로 떠난 그녀도, 세계 여행을 떠난 그 부부도 퇴사에 후회가 없었고, 지금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세상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누가 가장 행복한 걸까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질문이겠죠. 우리 모두는 결국 각자의 다른 모습으로 행복한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모습으로 행복하고, 그래서 저는 그들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똑같은 기준의 행복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행복의 모양이나 색깔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항상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길이 모두 다르니, 각자의 정상에서 만나자고. 각자의 성공이나, 각자의 행복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고, 그리고, 그 길을 걸어감에 주저함이 없어야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은퇴하신 부사장님의 후회를 들으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