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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찜을 시켰는데 아구살이 없다니

by 부아c

문득 아구찜이 먹고 싶어 배민으로 주문했는데, 살이 거의 없더군요. '요즘은 살을 안 주나?'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제가 애초에 살이 없는 아구찜을 주문했더라고요. 제가 잘못된 주문을 한 것이었습니다. 비록, 콩나물과 뼈만 있었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먹어서 더 그런듯)


아이들이 아구 살을 먹고 싶어 해서 추가 주문을 하려고 가게에 전화를 했어요. 사장님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제가 잘못 주문했으니 살을 사러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너무 맛있어서 기다릴 수 없으니 배달이 아니라 픽업하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사장님은 흠칫 놀라시더니 오라고 하시더군요.


가게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보통 그 메뉴를 시키고 전화가 오면 99%가 컴플레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왜 살이 없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제 전화는 친절했고, 맛에 대한 칭찬이었으며 픽업까지 가겠다고 하니 놀랐다고 하셨어요.


사장님이 주방의 사모님에게 제가 아구 살을 만 원어치 주문한 것을 말씀드리자, 사모님은 2덩이가 아니라 4덩이(2만 원어치)를 넣어주라고 하셨습니다. 두 분 다 저를 보며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고 하셨고, 참 미소가 좋아 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는 것을. 좋은 말을 건네는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 생기고, 좋은 인연이 생기고, 좋은 말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다정한 말과 공감의 말을 하면 상대방도 좋고, 결국 나도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만큼 더 따뜻해집니다.


제가 살이 없냐는 컴플레인을 했다면 과연 무엇을 돌려받을 수 있었을까요?


이어령 작가님은 돌아가시기 전,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는 마르크스의 상품 경제 시대에서 멀리 왔어요. AI 시대엔 생산량이 이미 오버야. 물질이 자본이던 시대는 물 건너갔어요. 공감이 가장 큰 자본이지요. BTS를 보러 왜 서양인들이 텐트 치고 노숙하겠어요? 아름다운 소리를 좇아온 거죠. 그게 물건 장사한 건가? 마음 장사한 거예요.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즐거움, 공감이 사람을 불러 모은 거지요.


우리는 지금 공감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다정과 공감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다정과 공감이 중요한 지능이자 경쟁력이 된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언제나 다정과 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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