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랜 친구들과 함께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회사에 들어간 지 몇 개월이 지나 생애 첫 차를 살 고민을 하고 있었고, 다른 친구도 취업 후 첫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우리는 신나게 차와 여행 이야기를 이어갔고, 다른 친구는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엇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그 친구는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친구에게 차나 해외 여행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우리는 너무 우리 이야기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서둘러 말을 멈추고,
"아, 미안. 너무 우리 이야기만 했네. 너는 어떻게 지내?"라고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아냐, 나는 차도 잘 모르고 여행도 못 가지만, 너희가 행복해 보여서 그걸로 충분히 좋아"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배려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대화의 내용이 아니라 대화하는 사람이 좋기 때문에 대화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 상대가 행복해 보이는 것만으로도 자신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친구의 말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라도, 그 대화를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기분 좋게 들어주려 노력한다.
진정한 배려는 화제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화자를 존중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