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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 자신과 대화하는 방법

by 부아c

나는 일기를 쓰거나 메모를 하는 걸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일기와 메모의 경계에 있는 기록을 좋아한다. 일기보다는 가볍고, 메모보다는 조금 더 마음을 담은 글. 그런 애매한 지점의 글쓰기가 나에겐 편하고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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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런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와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생각과 감정은 너무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그 순간을 붙잡아두고 싶을 때가 있다. 종이에 적으면 기억이 형태를 갖게 되고, 그때의 나와 나중의 내가 마주 앉을 수 있게 된다. 그게 참 신기하고 따뜻한 감각이다.


오래전에 쓴 글을 다시 읽으면, 그 시절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한 문장에 담긴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고, 그때는 몰랐던 내 마음을 지금의 내가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나는 과거의 나와 대화하고, 그로 인해 지금의 나도 조금씩 자란다.


살다 보면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서 내 목소리를 들을 틈이 없다. 해야 할 말, 들어야 할 말, 참고 넘겨야 할 말이 하루에도 수없이 쌓이지만, 정작 내 마음이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런데 일기 메모는 그 소리를 잠시 멈추게 해준다. 나의 속도와 리듬으로 글을 쓸 수 있게 해준다.


매일 하루에 단 한 줄이라도 나의 생각을 적으려 한다. 그 하루의 기록이 모이면, 언젠가 그 글들이 나를 도와줄 때가 온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나는 오늘의 나에게 기록이라는 다리를 놓아둔다.


매일 쓰는 일기 메모는 결국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대화 초대장이다. 그 초대장이 도착했을 때, 나는 다시 나와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단지 글이 아니라,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작은 손짓이다. 그리고 그런 손짓이 모여 다시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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