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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커피를 사 먹던 직장 후배

by 부아c

직장에 다닐 때 알뜰하기로 소문난 후배가 있었다. 몇 년 동안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백수였던 아버지에게 택시를 한 대 선물할 정도였고, 회사 내에서도 절약정신이 강한 친구로 다들 알고 있었다. 점심도 늘 도시락을 싸오고, 야근할 때도 배달음식보다는 집에서 싸온 간편식을 챙겨 먹던 친구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후배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꼭 한 잔 사왔다. 다른 건 그렇게 아끼면서도 왜 매일 커피는 사 마시냐고 물었더니, 후배는 웃으면서 이건 ‘기분값’이라고 말했다. 하루의 시작을 위한 작고 확실한 행복이라고, 이 커피 한 잔이 오늘 하루를 견디게 해준다고 했다.


후배가 말한 기분값이라는 말이 참 오래 기억에 남았다. 2천 원 남짓한 돈으로 내가 하루 종일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 있는 지출이라는 말이었다. 직장이라는 작은 전쟁터에 들어가기 전에 나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선물, 누구도 대신 줄 수 없는 나만을 위한 기분값이었다.


오래전 일이지만, 나도 종종 그 말을 떠올린다. 어떤 소비가 유난히 나를 기분 좋게 만들 때, 그건 낭비가 아니라 기분값이라는 걸 기억한다. 돈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기분을 위해 쓰는 작은 지출은 때때로 그 어떤 소비보다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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