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사람은 자기가 자주 만나는 사람을 닮아가고, 자주 머무는 공간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흡수한다.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는지, 누구와 주로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말투와 감정, 심지어 기질까지 달라지곤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내 친구는 어릴 때부터 정이 많고 친절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학창 시절엔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먼저 다가왔고, 어른들 눈에도 예쁘게 보이는 아이였다. 말 한마디를 해도 부드럽고 따뜻했고, 모임에서도 중심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친구를 보면 사람 자체의 기운이 있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 친구가 대기업에 입사하고 몇 년 뒤 감사팀으로 발령을 받았다. 이후로 5년동앙ㄴ 회사 감사팀에서 일했는다. 어느 날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 친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늘 다정하고 따뜻하던 말투는 사라지고, 짧고 단정한 말들이 오갔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어딘가 단단하게 굳어 있었고, 예전의 부드러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이 많고 친절하던 친구는 온데간데 없고, 딱딱한 모 회사 감사팀 과장이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친구는 대기업 감사팀에서 딱딱한 사람들과 일하더니 함께 딱딱하게 밀랍처럼 굳어버렸다. 한때 말로 사람을 녹이던 친구가 이제는 표정으로 분위기를 얼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은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내가 밝고 유쾌한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면 나도 자연스레 밝고 유쾌한 사람이 될 것이고, 건조하고 무뚝뚝한 사람들과 오래 지내면 나 역시 그 감정에 물들어 간다. 내가 자주 만나는 사람이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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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사람은 자기가 자주 만나는 사람을 닮아간다. 정이 참 많고 친절하던 내 친구도 5년 동안 대기업 감사팀에서 딱딱한 사람들과 일하더니 함께 딱딱하게 밀랍처럼 굳어버렸다. 사람은 자기가 닮고 싶은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