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땐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게 두려워서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내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가치처럼 느껴졌고, 그게 사회생활을 잘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나를 드러내기보다는 맞춰가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라 생각했고, 그렇게 여러 관계 안에서 내 마음을 접어두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그런 마음이 더 강해졌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으면 그 사람에게 더 잘 보이려고 애썼고, 그게 오히려 내 감정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노력할수록 내 본연의 모습은 점점 사라졌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춘 나만 남게 되었다. 결국 그런 방식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어차피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내가 아무리 잘해도 끝내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그런 사람들에게는 애초에 내가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내가 경쟁자로 느껴졌다든지, 혹은 내가 가진 어떤 모습이 그 사람에게 위협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런 감정은 내가 친절하게 대한다고 해서 바뀌는 성질이 아니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자주 떠올린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고, 인생은 결국 소수의 사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내 삶에 큰 의미가 없는 사람들의 평가에 휘둘릴 필요는 없고, 대부분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말들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미워하면 사실 가장 힘든 사람은 미워하는 사람 자신이라는 것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미움받으려 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친절하게, 다정하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은 내가 지키고 싶은 태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나를 오해하거나 싫어한다면, 그냥 그 사람은 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모든 사람을 품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요즘은 나를 억지로 좋아하게 만들기보다,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는 사람 곁에 머무는 쪽을 선택하려 한다. 관계에서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고, 억지로 엮인 마음보다 자연스럽게 닿는 마음이 오래 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