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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느낀 것들

by 부아c

나는 회사 마지막 몇 년이 제일 외로웠다. 16년을 다닌 회사였고, 재작년에 퇴사했지만, 마지막 시기에는 나 혼자 다른 방향을 생각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앞으로 어떻게 더 오래 다닐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나는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여전히 묵묵히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했다.


혼자 밥을 먹는 일이 많아졌고, 이전 같으면 꼭 참석했을 회식도 하나둘 빠지기 시작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가 점점 멀어졌고, 나는 말없이 그들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겉으론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이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다른 길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관계와 마음이 어긋났고, 나는 점점 더 외로워졌다.


내가 왜 그렇게 외로웠을까를 나중에서야 생각해보게 되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와 같은 방향을 보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웠던 것이었다. 단지 혼자 지내는 것과는 다른 외로움이었다. 군중 속에 있는데 나만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감각이 오히려 더 깊은 외로움이었다.


모두가 회사의 내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그 이야기들이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 사람들이 틀린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더 이상 그 대화에 마음이 닿지 않았고, 꿈을 공유하지 못하는 자리에서 점점 내 자리를 잃어갔다. 외로움은 함께 있어도 생기는 감정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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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외로움이 꼭 나쁜 감정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외로움은 내 영혼이 나에게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외롭다면, 그것은 내가 다른 곳을 향해야 할 때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마음이 닿지 않는 자리에 억지로 머물지 말라는, 나에게 보내는 조용한 메시지다.


외로움은 때로 내가 나를 진심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가 된다. 소속감 없는 자리에서 느낀 단절감이 결국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고,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다운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외로웠지만, 그 외로움 덕분에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외로움이 낯설지 않다. 오히려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준 고마운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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