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남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했고, 사회성이 좋은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나도 더 적극적이고, 더 외향적으로 보이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관계의 폭이 넓을수록 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그 중심이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남보다 나와 더 친해지고 싶다. 내가 나 자신을 좋아하는 것, 내가 나 자신이 좋아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삶은 나와의 관계가 가장 오래 남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는 타인에게서 에너지를 얻었고, 지금은 나 자신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있다. 누군가의 인정이나 시선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나를 응원하는 마음이 훨씬 더 오래 가고 단단하다는 걸 안다. 외로움보다 허무함이 더 무서운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남과 잘 지내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사회성은 중요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관계는 필수적인 것이다.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는 없고, 누군가의 손을 잡아야 할 때도 있다. 다만 타인에게 의존하기 시작하면 쉽게 흔들린다. 타인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나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나를 좋아하고, 내가 나를 신뢰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켜줄 수 있는 내 편이 되어주는 것, 그게 나를 진짜 지켜주는 힘이 아닐까?
인생은 결국 나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누군가를 닮으려 애쓰기보다, 내가 나를 닮아가는 일. 세상의 기준보다 내 기준에 가까워지는 일. 나는 그렇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