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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어야 하는 진짜 이유는

by 부아c

어릴 땐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단순했다. 맛있는 걸 사 먹고, 예쁜 옷을 사고, 나중에 좋은 집을 사기 위해서였다. 무언가를 갖기 위해서였고, 뭔가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돈은 곧 물건이었고, 소유를 위한 도구였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디선가 자랑하고 싶었고,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나를 내세우기 위한 수단이었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어린 마음은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 애썼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돈의 쓰임은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 싫은 사람을 안 보고 살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서 돈을 쓴다. 조금씩 돈이 필요한 이유의 방향이 바깥이 아니라 안쪽을 향하고 있다.


소유는 점점 줄고, 취향은 늘어난다. 보여주기보다 숨기고 싶은 게 많아지고, 허세보다 여유가 더 중요해진다. 돈을 쓰는 목적이 달라졌고, 쓰는 방식도 달라졌다. 가끔은 덜 쓰는 쪽이 오히려 풍요롭게 느껴진다.


물론, 돈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그 중요함의 이유가 달라졌을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삶을 내가 살기 위해서,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나를 나답게 지키기 위해서, 내가 내 취향을 지켜내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걸 알아가는 시간이 나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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