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인연은 노력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젊을 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곤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는다. 인연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며, 진짜 인연은 억지로 잡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을.
이어질 사람은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되고, 이어질 수 없는 사람은 아무리 애써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미 떠난 사람을 억지로 붙잡을 필요도 없고, 맞지도 않는 사람에게 나를 억지로 맞추며 지쳐갈 이유도 없다.
불가에서는 ‘시절 인연’이라는 말을 쓴다.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는 뜻이다. 시절이 지나면 인연도 자연스럽게 흐른다. 억지로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인연이라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도 하나의 지혜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저 자기다운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 내 삶에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것.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내 삶의 진동수와 맞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곁에 머무르고, 맞지 않는 사람은 조용히 떠나간다.
그때 우리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 다가와 준 사람에겐 “와줘서 고마워.” 떠나간 사람에겐 “함께해 줘서 고마워.” 억지로 머물지도 않고 억지로 잡지도 않으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관계를 보내는 것이 어른의 인연이다.
나를 잃지 않고, 관계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놓아주는 것. 그게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알게된 인연을 대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