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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이란 허상을 믿지 마세요

by 부아c

2021~2022년 경 코로나가 터지면서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유행하였습니다. 투자 등으로 돈을 많이 벌어 일을 그만두고 평생을 즐기며 산다는 뜻입니다. 파이어족,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20년경 저는 투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스터디도 하고 있었습니다. 세미나도 꽤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투자했던 많은 분들의 결과값을 꽤 가지고 있습니다. 그 당시 제 주변에서 투자에 열중했던 사람들 중에 정말 극소수만 의미 있는 돈을 벌었습니다. 당시 투자를 했던 80% 이상은 결국 크고 작은 손실을 보았습니다. 증권사 통계에 따르면 주식 투자자의 90% 정도가 손실을 본다고 합니다.


그 당시 장이 좋았습니다. 그럼 왜 손실을 본 사람이 더 많았을까요? 2020년 초중반 공포에 매도한 사람도 있었고, 상승장에서 잦은 단타를 시도하다가 오히려 손실을 본 사람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당시 벌었던 돈을 2022년 하락장에서 대부분 잃어버린 사람도 있습니다. 다시는 회생할 수 없는 수준의 손실을 본 사람도 많습니다.


투자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걸지 않고는 파이어족이 될 수 없습니다. 큰돈을 목표로 하니 큰돈을 걸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삶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저도 파이어족을 목표로 한 적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탈출하기 위해서 투자를 열심히 했고, 꽤 큰돈을 모으기도 하였습니다. 주식 투자를 10년 넘게 했고, 코로나 시기에도 오히려 더 투자를 해서, 자산이 단기간에 3배 이상 커지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가격까지 상승하자, '나도 이제 파이어족이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금리가 올라가면서 자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고점 대비 30% 이상의 하락을 맞았습니다. 대출이 증가하면서 비용도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이에 제가 깨달은 것은 자산 가격은 언제나 변동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어느 정도의 자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산은 언제든 변동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아무리 맑아도 다음 날 비가 올 수 있는 것입니다.


고점일 때, 주식, 부동산을 모두 현금화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고점을 미리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고점을 계산하고 미리 나올 정도면 애초에 고점으로 가는 과정을 견디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설령 모두 현금화한다고 해도 현금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현금 가치도 하락합니다. 설령 내가 아주 낮은 가능성을 뚫고 투자를 성공했다고 해도, 자산이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제 주변에 유일하게 파이어를 한 친구가 있습니다. (100명이 넘는 지인 중 1명이니 1% 이내겠지요.) 그는 주식으로 50억 정도를 벌었고, '주식은 불의 기운과 같아서 땅에 묻어야 한다'며 원룸 건물을 매수한 친구입니다. 어느 날, 제가 친구에게 파이어를 하니 어떠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처음에는 쉬는 것이 마냥 좋아서, 6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했는데 노는 것도 고역이더라.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 처음에는 원룸 관리도 다른 사람에게 맡겼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하고 있고, 인테리어 일도 배워서 인테리어도 하고 있어. 그리고 소액으로 주식도 여전히 하고 있고. 사람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동물이야. 단, 내가 돈의 여유가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거지. 돈을 벌어서 좋은 것은 그거 하나야."


저의 생각과 친구의 생각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파이어족은 정말 극소수만 가능하다. (1% 이내, 혹은 0.1%일 수도 있음.)

2. 파이어족을 목표로 하다 실패하거나 심지어 망하는 경우도 많다.

3. 파이어를 했다고 해도 그 자산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4. 사람은 일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다.


제가 파이어족 개념에 동의하는 부분은, 우리는 언젠가 회사를 나와야 하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당신이 큰돈을 벌어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극단적인 생각보다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기를 추천합니다.


1. 회사를 그만두어도 회사 월급에 준하는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퇴사하기.

2.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퇴사하기.


1번은 완성이 된 것이고, 2번은 완성은 되지 않았지만 회사를 나온 뒤에 완성할 수 있다는 청사진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저는 1.5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2023년 회사를 그만두면서 주식, 부동산 자산도 있었고, 온라인 수익도 있었고, 첫 번째 책도 계약을 한 상황이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직장에 준하는 경제적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1번은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저처럼 1.5를 하거나 2인 상태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 출간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회사가 제가 나아가야 할 길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기 위해서 퇴사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그 회사를 다니면서 절반 이상은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미리 도전하고 실패도 해 보면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습니다.


인생에 한 방은 없습니다. 한 방을 노리다가 오히려 내가 가진 것을 다 잃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자산 버블 시대가 아니라서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유행하지 않지만, 또 유행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저는 그때가 되더라도 당신이 일을 중심에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 그것이 삶의 비밀입니다. 관심의 초점을 '내가 싫어하는 일에서 좋아하는 일로 옮겨간다'로 두시면 좋겠습니다. 공자의 말처럼, 내가 내 일을 좋아하면 평생 하루도 일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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