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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아c Nov 26. 2024

요즘 회사 권고사직 분위기 이렇습니다.

저는 다국적 기업을 16년 다녔고 작년에 그만두었는데요. 권고사직 당했습니다. 저는 사실 마음의 준비, 그리고 실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권고사직을 당하니까 많이 당황스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날이 가끔 생각이 납니다. 아마 평생 기억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요즘 서울의 대기업 권고사직 분위기가 어떤지 제가 느낀 것, 그리고 보고 들은 이야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요즘 분위기부터 말씀드릴게요. 제가 다녔던 회사는 미국 회사입니다. 여기만 16년 다녔어요. 세계적인 대기업이죠. 미국 회사인데 그래서 미국적 분위기가 조금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구조조정에 더 민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나중에 한국 대기업에도 퍼지겠죠?


제가 다닌 회사는 1997년 IMF 때 처음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저는 경험을 못 했고요. 그다음, 2008년 금융 위기 때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그때는 제가 입사한 다음 해라 기억이 납니다. 꽤 많은 선배들이 나가더군요. 솔직히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어요. 그러려니 했던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안 좋아서 저도 함께 조용히 지냈던 기억은 납니다. 그러더니 코로나 이후에 3번째 구조조정을 하고요. 이제는 구조조정이 상설화가 되었습니다. 매년 1~2회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주변 지인들도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40대 중반의 지인들인데 3명 중에 1명은 희망퇴직을 신청하거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은 3명 중의 2명도 50대까지 회사를 다니기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회사는 점점 사람이 필요 없고, 또한 팀장이 되지 못한 임원이 되지 못한 나이 든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럼 팀장이나 임원이 되면 되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대기업 기준, 20명 중 1명, 혹은 그보다 적은 사람에게만 그 자리가 허용됨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해고 함부로 못 하는 것 아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맞아요. 그렇죠. 그런데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이렇게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100명을 받아요. 그러면 부서로 쪼갭니다. 20개 부서가 있으면 5명씩 나가야 해요. 이게 목표죠.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 권고사직 대상자를 팀장이 정합니다. 면담을 합니다. 대략 이런 이야기예요. '얼마 줄 테니까 나가라.' 제가 다닌 회사는 연차에 따라 다른데 40대가 되면 1억이 조금 넘는 위로금이 산정됩니다. 더 많이 주는 대기업도 있고, 위로금이 없는 중소기업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걸 안 받고 버텨도 됩니다. 그런데 버티면, 얼마나 눈살이 따갑고 눈치가 보이는지 아세요? 일단, 대상이 된 것 소문 다 납니다. 부서원들이 다들 알아요. 너 안 나가면 우리가 피해 본다. 그 침묵의 시선이 얼마나 따가운데요. 함께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 그걸 고스란히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회사에 배신감도 듭니다. 그 배신감을 느끼면서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까요? 연말 평가는요? 평가가 좋을까요? 가장 나쁜 평가가 떨어지겠죠? 이렇게 여러 방법으로 남은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 것입니다.


저희 회사는 이제 매년 해요. 20, 30명이 있으면 팀장 1명 됩니다. 40대가 되고 팀장이 못 된 19명은요. 이직을 하면 되지 않느냐 생각할 수 있지만, 팀장 경쟁은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라 다른 40대가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결국 일정 나이가 지나면 순서대로 나가는 것이 생리입니다. 올해 아니면 내년. 내년 아니면 내후년 결국 대상이 됩니다.


내가 회사에서 잘 나갈 것이 아니고 잘 나가지도 못할 것 같다. 그러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아니 잘 나간다고 하더라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상황은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나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회사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내려놓고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해야 합니다. 미리 준비를 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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