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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아c Nov 26. 2024

대기업 출신? 사회 나오면 아무 쓸모 없습니다.

저는 글로벌 기업에서 16년 일하고 작년에 권고사직을 했습니다. 제가 보았을 때 대기업 직원이 회사에서 짤리기 더 쉽습니다. 대기업 직원이 사회에 나가면 할 수 있는 것이 더 없습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기업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비교해 보죠. 중소기업은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한 사람이 한 가지 일만 잘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했습니다. 자, 마케터 일을 하다가 컴퓨터가 안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죠? 네, 컴퓨터 들고 IT 부서 가면 됩니다. 그럼 컴퓨터 고장 난 것을 해결해주죠. 업그레이드도 시켜주고요. 일을 하다가 법적 분쟁에 걸릴 만한 일이 생겼어요. 그러면 어떻게 하죠? 네, 법무팀에 메일을 보내면 됩니다. 중요한 것이면 미팅을 하기도 하겠죠. 일을 일부 넘기기도 하고 책임을 나누기도 하면서 법적인 부분의 서포트를 충분히 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의 기술적인 부분에 의문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 그러면 연구소에 문의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죠. 해외 현지 동향이 궁금하다, 그러면 지사에 연락을 해서 소식을 들을 수 있죠. 제품에 불량이 있다, 그러면 공장에 연락을 해서 공장에서 개선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일조차도 이렇게 일부 분담이 가능합니다.


제가 담당한 제품의 추가 홍보가 필요하다 그러면, 대행사를 부르면 됩니다. 마케팅 PT를 시켜서 그중에 제일 잘한 대행사에게 일을 맡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들으면 일 다 분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모든 직무가 톱니 하나하나처럼 물려 있고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서 빡세게 일을 합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돌아가는 곳이 대기업이에요.


자, 이런 직원들이 회사 15년, 20년 다니다가 퇴직한다고 해 봅시다. 전부 자기 일만 한 부품 같은 사람들인데 퇴사하고 나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다 전문가 아냐? 아닙니다. 한 가지 일만 했다고 다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마케팅 일, 영업 일, 연구소 일 등 대부분 자기 조직, 자기 회사 내에서 전문적인 일을 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회사 마케터고 대행사를 쓴다고 했죠. 그 대행사 일을 하신 분이 어쩌면 더 전문가이고요. 저는 그냥 회사에서 마케터 일을 한 것입니다. 마케팅으로 다이다이 붙으면 그 대행사 분이 생존력이 더 높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기업 출신들이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거예요. 연봉 1억 우습게 받으면서 대기업 차장, 부장 하다가 사회에 나오면 할 수 있는 것 하나도 없는데도 눈만 높습니다. 자기가 그동안 받은 대우, 연봉 수준 등을 내려놓기 힘들어요. 유명한 영화 중에서도 그런 멘트가 있잖아요.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것은 줬다 뺐는 것이다.' 전도연 배우가 그런 말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눈높이만 높아서 차가운 현실에 적응을 하기 힘든 것입니다.


제 이야기 듣다 보면, 그럼 중소기업이 좋다는 이야기냐? 아니요. 제가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다방면에 전문가가 되기에는 중소기업이 유리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업무, 복지, 대우 등의 차이가 심각하죠. 당연히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으면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대기업 생활이 점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걸 기억해야 하는 거예요.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이 느끼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대기업 오래 다닐수록 90% 이상의 사람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대기업 다니면서 이후를 준비를 해야 해요.


길은 많습니다. 몇 개만 말해 볼게요.


제가 아는 선배는 대기업 1년으로 3년 먹고 살아야 한다더라고요. 돈 많이 받으니 투자, 저축 잘해서 노후를 잘 챙겨야죠. 돈을 자산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겠죠. 많이 번다고 쉽게 쓰다 보면 미래가 불투명해집니다.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공기업이나 공무원으로 가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대기업 직원들 그런 루트를 준비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맞는 분도 있을 거고요.


저처럼 새로운 길을 찾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작가 및 콘텐츠 크리에이터인데요, 자유롭고 돈도 잘 벌고 있습니다. 블로그, 인스타 등에서 30만 이상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다니면서 3년, 5년 준비를 미리 해야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대기업 다니신다면 어깨 힘을 빼고 겸손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사회에서 생존력은 중소 기업을 다니신 분보다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지금 당장 내일 직장이 없어질 것처럼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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