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10년, 20년 일하고 나면요. 회사만 아는 바보가 됩니다. 회사에 충성하고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의 미래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점점 그런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회사 10년, 20년 다니면 무엇이 남나요? 회사 생활에 필요한 기술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술이요. 대부분 회사 생활을 할 때만 필요한 것입니다. 영업, 마케팅 등 회사를 벗어나서도 일부 쓸 수 있는 기술도 있겠지만, 대부분 특정 회사 문화에 기인한 것들이 많습니다. 특정 양식, 특정 프로그램, 회사 인맥, 사내 정치, 눈치 등입니다.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것들이, 내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많은 능력들이 내가 회사를 떠나면 사라집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군대와 비슷해요. 군대에서 내가 배운 것, 제대를 하면 쓸모 있는 것들이 있나요? 일부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 군대를 제대하면 사회에서 필요 없는 지식이 되는 경우가 맞습니다. 회사도 그런 거죠.
그러면 회사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냐? 회사를 오래 다니고, 승진도 하고, 돈도 많이 받고, 그것을 재테크도 하고, 사회적 지위도 확보하고 등등.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는 정말 많습니다. 회사에서 배운 것이 삶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회사는 작은 사회니까요. 저는 제 후배들에게 대학 졸업하고 사업하겠다고 하면, 처음 3년 정도는 꼭 회사를 다녀보라고 합니다. 배우는 것들이 많다고요. 배우는 것이 별로 없다면, 최소한, '아 내가 회사형 인간이 아니구나' 이런 거라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10년, 20년 다니게 되면 인생이 꼬이는 것은 바로 이런 거죠. 회사가 내 삶의 전부가 되는 것이죠.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지 않아요? 회사에서 집에 가기 싫어하고 회사가 집보다 좋은 부장님. 그런 분들 주변에 한두 명 정도는 있으시죠? 40대 인생이 꼬이는 가장 큰 문제는 회사가 나 자신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에 모든 것을 다 바치면 바칠수록, 나중에 배신을 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배신이라는 것은 애초에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신뢰를 주는 사람이 나를 속이니까 배신이라는 단어가 성립합니다.
회사를 그냥 파트너, 혹은 학교로 생각하고 다니면 애초에 배신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겠죠. 나와 동반 성장하는 파트너, 혹은 나에게 돈을 주면서 여러 비즈니스 스킬을 가르쳐 주기까지 하는 너무 고마운 학교. 혹은 내가 이다음에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 그렇게 생각하면 배신을 당할 리도 없고, 배신당해도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제 친구는 이번에 회사에서 희망퇴직금 준다고 나가라고 하더군요. 최근 신문에 나온 K로 시작하는 회사이고. 그런데 이 친구는 매일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부장까지 승진했고, 그다음 승진까지 상무가 약속을 해 주었다는데 이번에 그 상무도 나가고 자기도 나가게 되었다네요.
저는 작년에 희망퇴직을 했고요. 올해 희망퇴직하는 친구도 여러 명입니다. 희망퇴직 정말정말 흔해졌습니다. 미국에 회사 다니는 제 친구는 회사는 그냥 출장소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미, 이메일로 해고 통지하고, 이미 그러고 있고, 어딜 들어가도 내 실력을 키워야지 회사에는 전혀 의존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점점 더 그렇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회사를 내려놓고요. 내 실력을 키우세요.
마치 자신을 프로야구 선수라고 생각하세요. 당신이 두산, 롯데 이런 팀에 속해 있으면 곧 FA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가치가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고, 가치가 없으면 어디에서도 일할 수 없습니다. 당신을 지켜주는 것은 없어요. 가족도 나를 못 지켜줍니다. 아무도 나를 못 지켜줍니다. 내가 나를 지켜야 합니다. 고민만 하지 마시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혹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세요.
막연하다면 조금씩 시작하세요. 제 절친은 강남에서 바를 운영하는데 회사 그만두기 전에 술 관련 공부, 바텐더 자격증 이런 것 3년 동안 준비해서 따고 지금은 직장 월급은 버는 사장님입니다. 제 다른 친구는 5년 동안 직장 다니며 에어비앤비를 하면서 제주도에 5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글 쓰는 직업으로 직장 월급 이상 벌고요. 세상에 기회는 정말 많습니다. 당신을 위한 길도 당연히 있을 거예요.
회사를 나와 동일시하지 말자. 회사에 모든 것을 걸지 말자. 나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