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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기 전 통과해야 할 3가지 문

by 부아c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너, 왜 그렇게 늙었냐?"

"와, 너 폭삭 삭았네"


이런 이야기를 들을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는 그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는 반가운 자리인데, 상대와 사이를 나쁘게 하려고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런 말을 너무도 쉽게 합니다.


저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많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같은 짓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하는 말이 주변 사람을 상처 주게 합니다. 우리가 하는 말이 가장 소중한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왜 말은, 내 의도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을 상처 주고 힘들게 하기도 할까요? (물론, 의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품과 비교를 해 보면 이렇습니다. 저자가 책을 쓰면 많은 생각을 하고, 초안을 쓰고, 완성 이후에도 수많은 퇴고를 반복합니다. 이렇게 짧으면 몇 개월, 길면 몇 년을 준비해서 나온 것이 한 권의 책입니다. 그래서 책은 가장 정제되어 있는 저자의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영화도 그렇습니다. 뮤지컬도 그렇습니다. 노래도 그렇습니다. 미술 작품도 그렇습니다. 수많은 전문가가 붙어 가장 정제되고 첨삭되어 나온 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결과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은 아름답고, 감동이 있고,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말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말은 생각 없이, 1초도 안 되어 즉흥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원망을 사고, 서로를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생각을 하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이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을까?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톤은 다운 시킬까? 높일까? 지금 할까? 나중에 할까? 이 말을 함으로 이 사람을 진정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니면, 화만 나게 만들까? 그렇다면, 그냥 격려만 하는 것이 나을까?


수피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속담을 한 번씩 생각합니다.


말을 하기 전에 그 말이 세 개의 문을 통과하게 하라. 그 말이 사실인가? 그 말이 필요한가? 그 말이 따뜻한가?


제가 만난 좋은 사람들은,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한 마디를 하더라도, 충분한 사고를 거치고 하셨습니다. 보통 그런 분들은 평소에 글을 많이 쓰고, 생각을 많이 하여, 말도 책을 쓰는 것처럼 숙고를 하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분들을 우리는 인품이 좋다, 사려 깊다고 합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처럼, 한 편의 블로그를 쓰는 것처럼, 한 곡의 노래를 짓는 것처럼, 말을 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퇴고하면, 우리가 하는 말이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지는 못할망정, 힘을 빼는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가 하는 말이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도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도 하고 추하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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