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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
Nov 01. 2019
16. 복수는 참 나쁜 말
2019년 10월 22일 화요일
그릉이를 입원시키고난 후,
매일 오전에는 수의사 선생님과 통화를 한다.
면회는 하루 1번만 가능하고,
그마저도 퇴근 후 역삼까지 달려가야하니,
혹시나 어젯밤에 어땠는지,
뭔가 굉장히 좋은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하며,
그렇게 오늘도 휴대폰을 든다,
빈혈수치는 17 정도로 조금 떨어졌다.
15 이하면 수혈을 고려해야하는데,
이 빈혈수치는 통 올라주지를 않는다.
듣기도 싫은 복수.
오늘도 어제와 비슷하게 54ml 를 뺐다.
그 외에는 밥도 잘 먹고,
안에서 돌아다니기도 하는 등
전반적인 컨디션은 괜찮아보인다고 했다.
열량이 높은 로얄캐닌 베이비캣 캔을 잘 먹어서,
동일한 건사료를 주니 이것도 잘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제부터 열심히 그루밍을 하고 있어서,
이건 상당히 좋은 사인이라고도 했다.
오늘도 힘겹게 일과를 마치고,
판교역에서 아내를 태우고,
오늘도 분당-내곡을 타고,
최대한 빠르게 역삼으로 향한다.
역삼으로 출퇴근했던 3년은,
이럴 때를 위해 준비했던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마저 든다.
오전 통화 때 들었던대로
밥도 잘 먹고 있고,
변은 찰흙 점도 수준으로 조금 무른 편이나 괜찮다 한다.
잠시 미열이 있어 아이스팩 넣어주니
체온은
다시 정상화되었고,
복수의 양이 계속 줄지 않아 수액을 좀 줄여보았으나
아직 그에 따른 반응은 나타나지 않는다.
복수를 통해 영양분 등이 누출되므로,
복수가 좀 더 줄어야 수액도 끊을 수 있고,
빈혈 수치가 안정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복수. 복수. 복수.
참 맘에 안 드는 단어다.
그래도 마지막 말씀은 희망적이었다.
빈혈 수치와 복수.
이 두 가지가 좋아지면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리 아들 변 보는 모습도 귀엽네.
선생님한테 '퇴원' 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또 감회가 새롭다.
아들, 오늘도 힘내서 싸우느라 고생했어.
우리 그릉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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