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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 Nov 17. 2019

25. 주사 전쟁

2019년 11월 2주

그릉이가 복막염 치료를 시작한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그 중 1주는 거의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중이었고

다음 1주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회복.

그 다음 1주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 1주는 정상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다.


아플 때는 고열량의 로얄캐닌 마더앤베이비캣,

그것도 평소엔 먹지도 않던 습식을 엄청 먹더니,

이제는 습식은 거의 먹지 않고 이전에 먹던

건식 사료만 먹고 있다.


체중 역시 아프기 전 수준인 3.4Kg 정도를 유지하고,

잘자고 잘 싸며 잘 그릉거리고 있다.


활동성 역시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릉이가 사람이었음 최소 메시급이었다.

공놀이할 때 보면 얘는 절대 아픈 녀석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활동성이 증가했다는 것은 힘이 생겼다는 것이고,

그 얘기는 매일 주사를 놓기 더 힘들어졌다는 뜻.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신약인 무티엔2는

12주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용량으로 투여했을 때,

재발율이 가장 낮았던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그릉이도 12주간 주사를 놓을 예정인데,

투여를 최대 28시간을 넘기지 말라고 했어서,

매일 최대한 비슷한 시간에 놓고 있다.


둘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주사를 놓고 상태 확인이 가능한

저녁 8시를 주사 시간으로 정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문제는 그릉이가 이제 눈치를 챘다는거다.


집사들이 집에 와서 주사를 놓는다는걸 인지해서,

저녁쯤 우리가 집에 오면 반기기보다 숨기에 바쁘다.


우리 손이 잘 닿지 않는 침대 밑에 잘 숨길래,

우리는 출근 전에 안방 문을 닫아버리고 있다.


겨우 붙잡아서는 나는 그릉이를 꾹 눌러 잡아두고,

아내는 이 작은 몸에 주사를 놓을 곳을 찾아 놓는다.


주사를 잘 놔고 주사 부위에 딱지가 지면서

그릉이의 작은 등에는 이미 상처가 여러 개다.


아파하는 녀석을 보는 우리 마음도 아프고,

이 녀석은 아프니까 자꾸 발버둥을 치고

주사 놓는데 움직이면 안되니 난 더 세게 누르고

매일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주사 앞뒤로 츄르로 유혹, 달램을 하고 있는데

이 방법이 언제까지 통할지 장담이 어렵다.


전쟁은 이제 겨우 1/3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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