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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han Oct 17. 2019

을지로의 지성.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너는 또 언제 이렇게.

각자 바쁜 개인 시간엔 단톡방에 '우리 을지로 가족들 보고 싶다.'라며 편히 말을 건네는 이웃들과 함께 술을 한잔 하던 참이었다.


"아니, 사장님. 그냥 장사가 아니라 그래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지성인으로서".


이 사람이. "지성에 대한 욕구도 그걸 이용해 돈을 만들어 잘했다고 손뼉 쳐주는 세상에, 무슨 '지성인'같은 소리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왔지만 참았다. 참 오랜만에 듣는 신박한 말이네. '지성인'이라니...


- 이웃은 현재 직장에 다니는 프로그래머인데. 을지로 초창기 이름을 대면 알만한 '돈을 꽤 벌 것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가 결국 생업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가게를 팔아 직장으로 돌아갔다. 다들 '아니 월급 받는 것보다 낫지 않았어?'라고 물을 정도였는데 당시 그 가게는 '자아실현'이상의 목적을 갖고 있지 않았고 가게가 알려지고 잘 되어 언제나 웨이팅에 걸려 있어도 어떻게 이걸 돈을 더 벌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할지 고민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장사를 하던 사람이 가게를 이어받게 되었는데 현재는 후회가 될 정도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내가 대학 다닐 때 선배들이 말하던 그 단어를 듣긴 했는데, 십수 년이 지나 서른 초반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그런 단어를 들으니 신선한 충격이랄까. 사실 감성이 폭발하는 을지로에도 몇 군데 독립서점 등 지성의 힘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몇 군데 있다. 그래도 그닥 깊이 와닿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단어였는데.


을지로의 지성. 입 안에 그 단어가 몇 번이나 떠돌던 그런 밤이었다.

영화 속 몇 가지 명대사들이 떠오르기도 했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I just hope my death makes more cents than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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