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PM
거리를 걷다 보면 그럴 일이 있겠지.
'저기, 선생님. 뭐 찍으세요?'
'왜 찍으시는 거예요?'
한 번쯤 생각은 했었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근처 상인이겠지. 막걸리를 드시던 아저씨 세분이 나를 바라본다. 지긋한 나이가 느껴지는 손등의 주름,
아마도 수십 년을 이곳에 머물렀을 그들에게서 거리의 숨결이 느껴진다.
구한말 이곳은 화교들이 모여들며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광복을 맞아, 일본식 지명들을 정리하며 '을지문덕' 장군의 성을 본떠 비로소 '을지로'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을지로라는 이름은 거리에 모여드는 외국인들의 기세를 누르기 위한, 의도적인 지명이었다고 한다.
을지로를 찾는 젊은이들은 시간 속에 담긴 이 거리의 맥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20세기 고도성장의 기치 아래 산업 발전의 심장처럼 여겨졌던 곳에서, 이제는 오래된 건물 곳곳에 떨어지는 페인트칠들을 바라보며 생존이 아닌 문화적 다양성과 취향의 재발견에, 도시는 더욱 숨을 쉬게 되는 이 화려한 변태의 모습을.
'퇴근하는 길입니다. 취미로 사진을 좀 찍고 있어서요.'
의자를 가까이 당겨, 그 고된 손에 들린 막걸리 한잔을 나눠마시고 싶었지만 선한 웃음에 나도 고개를 숙이며 그들의 퇴근을 함께 축하하곤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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