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
지난 세기 동안 산업 구조는 스페셜리스트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었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오랜 경력을 쌓는 것이 직장 생활의 성공 공식이었다. 변호사, 회계사, 엔지니어, 연구원처럼 한 우물만 깊게 파는 전문가가 시장의 신뢰와 보상을 독점했다.
그러나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생성형 AI와 자동화 기술은 반복적이고 깊이 있는 전문 작업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숙련된 전문가가 수십 년간 축적한 경험을 통해서만 할 수 있던 일들이, 이제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모델에 의해 단시간에 수행된다. 전문성 그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다. 제너럴리스트는 특정 영역의 깊은 전문성을 넘어,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고 조율하며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AI가 제공하는 결과물을 해석하고,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을 결합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전문가의 일부 기능을 대신할 수는 있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맥락 속에서 답을 활용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아 있다. 그리고 이 능력은 한 분야만 아는 스페셜리스트보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제너럴리스트에게 훨씬 유리하다.
따라서 AI 시대의 인재상은 단순히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다양한 영역을 연결하고 AI를 도구로 삼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제너럴리스트다. 스페셜리스트의 깊이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그것을 넓은 시야 속에서 재조합하고 확장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결국 시대는 변하고 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은, 지식의 통합과 인간적 해석,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설계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사고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더 깊이 팔 것인가’보다, ‘어떻게 넓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