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재상 Alex Jun 24. 2019

독서의 의미

독서, 다독, 책, 패스파인더넷

얼마전 별 거 아닌 듯 싶지만 의외의 질문 하나를 받고 잠시 깊게 생각한 후 답변한 적이 있다. 질문은 "글 쓰시는 걸 보니 엄청나게 책을 많이 읽으시죠?"


내 답변은 "아니오, 책을 많이 안읽습니다"였다. 너무나 당연히 많이 읽는다는 답변을 할 줄 알았던 상대방은 많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 그러면 예전에는 책을 많이 읽으셨죠?" 하고 다시 묻는다.


예전에는 책을 많이 읽었다. 정말 분야 안가리고 골고루 많이 읽었었다. 특히 자기계발서, 경제/경영, 마케팅, 브랜드 분야는 언제나 신간을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7-8년전부터 확연히 줄어들었다. 모든 책이 표현만 다르고 포장만 다르게 되어 있을 뿐 내가 꽂혀서 읽는 책들이 다른 듯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있음을 느낀 이후였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때도 '다독'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유아동시절부터 대학교 2학년때까지 읽은 책들의 량에 비하면... 그 이후는 아무리 많이 읽어도 평균 한달에 한두권에 불과했다. 지금은 이보다 훨씬 더 적다.


그렇게 한 이유는 명확했다. 책이 주는 간접경험에 어느덧 갑갑함을 느끼고 책에서 읽은 것을 직접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책을 정독할 수는 없었다. 마음에 담긴 책은 정독하고 그 정도는 아닌 책들은 서점에서 주요내용만 살폈다. 그리고 크던 작던 그것을 실제 내 삶에 적용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일과 사생활에 꼼꼼히 적용해보고 내게 맞는 것과 안맞는 것,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을 구분해내기 시작했다. 직접 해보니 책 속의 세상과는 많이 달랐다. 비판적인 사고가 정립되고, 나다움이 무엇인지 깨닫고, 지식을 지식에서 끝내는게 아니라 현실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하나 둘 익히게 되었다. 간접경험 보다 직접경험을 중시한 자아가 간접경험의 한계를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어 형성되기 시작한 책에 대한 생각이 지금에 이르렀다.


독서의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독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의미다. 책을 통한 지식과 간접경험은 최종적으로 '자기화'가 되어야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책 속의 내용을 익히고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기서 얻은 영감을 현실 속에서 실현해보는 연습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겪어야만 '자기화'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단순히 남의 생각과 경험에서 멈춘다.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주위를 보면 직업상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책을 많이 읽는 부류 중 특이한 하나가 있다. '결핍'이 큰 사람들이 다독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부족함을 책을 통한 지식으로 채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지식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자신의 결핍을 충족하고 가리려고 한다. 상황과 맞지 않게 자꾸 읽은 책 이야기를 하거나, 묻는 질문에 맞는 답을 하는 대신 TMI를 하다가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혹은 쌩뚱 맞은 질문을 통해 자기 지식을 과시하려고 유도하거나, 일부러 어려운 말을 쓰거나 남들이 모르는 예시를 들어 상대방이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부터 한다. 독서를 읽은 책이 얼마나 많은지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차라리 애교다. 그런데 이야기가 그냥 책에서 본 남의 이야기다. 그래서 그 지식과 영감으로 무엇을 했고 그래서 당신의 생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또다른 책 속 지식을 이야기하거나 대답하지 못한다. 현실 속에서 자기것이 되지 않았으니 내용은 붕 떠있고 현실감 없고 정작 실제로 해내는 건 없다. 이야기하다보면 주위사람들이 지친다. 그들이 그렇게 하면 할수록 숨기려 했던 결핍은 더욱 더 도드라진다. 자아도 확립 안되어 있고 자기는 없고 내 안에 '남들만' 가득하다.


동일주제의 책 20권만 읽으면 그 분야 준전문가가 된다는 헛소리가 헛소리인 줄 알면서도 가장 빨리 내 결핍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혹 할 수 있음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그렇게 쉽다면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전문가가 될 것이다. '생활의 달인'은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전문가의 길을 어렵게 간 미련한 사람으로 취급 받을 것이다. 간접경험은 무조건 내 직접경험으로 만들어야만 의미가 있다. 다독이 중요한게 아니라 한두권을 읽어도 어떻게 자기화했느냐가 중요하다. 서평이나 독후감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래서 그 지식과 영감을 어떻게 활용했는지가 중요하다. 말만 많고 허세 넘치고 붕 떠있는 헛똑똑이 소리 듣지 않으려면...



1. 슬기로운 직장생활 페이스북에서 더욱 다양하고 현실적인 커리어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suljikcareer/

2. 미매뉴얼에서는 내가 가진 성향에 대해 더욱 깊게 분석하고, 알맞은 조언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memanual/

3. 슬직 운영사 패스파인더넷에서는 관련 강연, 커뮤니티에 대한 소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http://pathfindernet.co.kr/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업무 우선순위화를 못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