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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ul 01. 2019

[스타트업 코칭일기] 실패하는 지름길

스타트업, 창업, 사업, 코칭

기사 보다가 예전에 육성했었던 스타트업들의 사업아이템과 연관된 내용들이 떠서 지금은 어떤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상태와 상황은 어떤가 하나 하나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원래 코치들과 소통도 원활하고 오픈마인드에 학습효과가 좋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잘 버티면서 앞으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육성 기간 동안 이슈가 있던 스타트업들은 역시나 안좋은 모습이 많이 보이더군요, 이미 사업을 접은 곳들도 많고. 물론 살아남아 있는 곳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진정한 코치들은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어도 실패를 피하는 방법은 알려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성공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코치들은 사기꾼이죠. 성공방정식을 알면 (존재하지도 않지만) 자기가 그걸로 성공하면 되지 굳이 코칭을 하고 있을까 싶네요. 어쨌든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기본기를 탄탄히 쌓아가며 정석을 밟도록 하는 방식을 못참고 결국 성공 시켜준다는 사람들과 손잡은 팀들이 대부분 상태가 안좋았습니다. 특히나 코칭 기간 중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속은 엉망에 겉만 번지르르한 곳이 많았습니다. 여기저기 많이 노출되고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과 시장의 소리를 살피면서 외부 활동을 바탕으로 내부 상황을 짐작해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코칭을 했던 스타트업들이니 내부 상황을 깊게 잘 알고 있었기도 하구요. 이런 팀들에게서 보이는 현상들을 보이는대로 쭈욱 열거해보았습니다.



1. 사업모델과 수익모델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채 일단 서비스 오픈하고 광고비 질러서 사람만 모아놓았습니다. 당연히 액티브유저는 적고 관리 리스크만 높아졌습니다. '실속 없는 숫자놀이'죠. 비용은 많이 들어가는데 수익은 적고 진성고객도 적으니 사업 지속성에 의문이 갑니다.



2. 수익모델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는데 광고비 뿐 아니라 서비스 유지비까지 높으니 투자금으로만 버팁니다. 사업은 돈을 벌자고 하는건데, 돈 버는 방법을 못찾았습니다. 아니 그들은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고객이 지갑을 열지 않았습니다. 다 필요없습니다, 사업은 매출과 수익이 모든 걸 설명해줍니다.



3.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갑자기 정책도 바꾸니 기존 충성고객의 불만이 치솟았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은 적고 투자금으로 버틸려니 결국엔 비용을 줄이는 방책을 내놓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줄이고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점차 까다로운 조건이 붙습니다. 당연히 충성고객들은 열받습니다, 지금 와서 왜 이래?



4. 블록체인부터 가상화폐까지 고객이 아니라 공급자와 이해관계자를 위해 어울리지 않는 서비스에 억지로 붙이니 서비스 오류는 많아지고 고객은 혼란스러워합니다. 블록체인도 그렇고, 데이터 사이언스도 그렇고, AI도 그렇고, 가상화폐도 그렇고 뭐 좋습니다. 시장과 고객에게 필요하다면 해야합니다. 하지만 그런 수단이 목적이 되어 버립니다. 공급자인 스타트업,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이해관계자들이 회사 가치를 높이거나 투자를 쉽게 받거나 다른 사업과 연계시키기 위해 사용합니다. 여기에 시장과 고객은 이미 없습니다. 서비스는 꼬이기 시작하고 고객은 불편해하거나 당황해합니다.



5. 서비스 운영 리스크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니 고객 불만에 대한 대처도 소홀하고 고객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운영프로세스가 휘청거립니다. 서비스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마케팅이 아니라 운영이 더 문제가 될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증가와 운영관리역량이 함께 성장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운영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대부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다보니 결국 사고가 빵빵 터지고 운영 프로세스는 엉망이 됩니다. 고객이 떠나는 건 당연하죠.



6. 고객이 진정 이 서비스를 사랑하는 건지, 혹은 자기가 얻은 금전적인 이익이나 심리적, 감정적 이익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지 등등 왜 이 서비스가 돌아가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니 사업모델 업그레이드나 자기만의 성공방정식이나 노하우 역시 제대로 쌓지 못합니다. 아니 가장 가깝게는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시킬 가격정책조차도 못세웁니다. 감으로 하죠.



7. 뛰어난 경쟁사들이 우르르 들어왔는데 그들이 들어오고 나니 서비스 차별성이 없습니다. 이미 이런 현상을 대비해서 명확한 타겟과 거기에 맞는 차별적 강점을 만들어 진입장벽을 쌓아놓아야 함에도 그렇게 안해도 고객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고민을 안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니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8. 시장과 고객에 대한 면밀한 조사나 고민 없이 자기들이 만들고 싶은거 주구장창 여러개 계속 내놓으니 뭐 하나도 잘 안됩니다. 사업은 잘 안되고 마음은 불안하니까 계속 새 서비스만 고민 없이 내놓습니다. 제대로 된 상품과 서비스로 성공을 해봐야 다음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만 힘들고 되는 것 없습니다.



9. 이해관계자들과 다른 스타트업, 기업들 사이에서 이렇게 저렇게 이용 당하고 있지만 깨닫지 못합니다. 나와 규모가 다른 누군가가 함께 하자는 것은 왜 같이 하자는 것인지 깊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끼어준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냥 좋다고 따라가다가 실컷 이용만 당하고 너덜너덜해져 정작 내 사업은 사라져있습니다.



10. 이런 저런 문제가 심각한데 받아들이는 태도가 너무 확고합니다. 원래 하던대로 계속해서 눈 닫고 귀 닫고 그냥 갑니다. 앞이 절벽인 걸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해줘도 말입니다. 사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니 딱히 말릴 이유도 없지만, 같이 가는 직원들은 고생고생 하다가 나가 떨어집니다.



11. 결국 이 모든걸 해결하길 고민하게 됩니다만, 대개 가장 빠른 방법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찬찬히 해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간 사람들은 여전히 눈에 뭔가가 씌여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런 과정으로 사업아이템을 사업화 시키질 않았으니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모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 방법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합니다. 결국 다시 돈으로 해결하려고 다시 투자나 네트워킹에 의지합니다. 앞서 말한 어떤 경우던 결국엔 11번으로 귀결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사업이 제대로 안되는데 언제까지 지금 상태를 정상적인 투자자들이 이해해줄까요?



결국 현재 시점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서 허우적 허우적 거리는 곳이 많았습니다. 어차피 제대로 정신 차릴 건 기대도 안하고 이미 이제 저와는 상관 없는 일입니다. 혹시나 갑자기 찾아오거나 연락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지 마세요. (그런 경우 종종 겪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하면서 사고 다 쳐놓고 해결해달라고 하면 대부분 쉽지 않습니다. 백종원이 아니라 백종원 할아버지가 와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만에 하나 방법이 있더라도 별로 도와주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성인인 이상 선택과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 해결방법 역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따르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저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라도 잡듯이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길 바라는게 빠릅니다. 생각난 김에 그렇게라도 되도록 기도는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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