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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r 26. 2020

[스타트업 코칭일기] 역량과 수준은 문제 대처에 있다.

마케팅, 스타트업, 사업, 창업

[마케팅 전문가는 역량과 수준은 기획력과 실행력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마케터라 정의하고 천직으로 삼으면서 16년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케팅은 정말 어렵다. 항상 정답은 없고, 항상 예상 못한 변수는 튀어나오며, 항상 문제는 터진다. 그래서 마케팅을 업 중 하나로 삼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알렉스넷 멤버사인 그람컴퍼니의 커피박 고양이 배변모래 '블랙샌드'가 와디즈 펀딩을 시작했고, 제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제품성능을 직접 체험하고 입소문 마케팅을 유도하고자 체험단을 선정해서 제품 발송까지 마쳤다. 지난 1년여동안 지속적으로 테스트해온 제품이기는 했지만, 체험단 이벤트가 공식적으로 대규모로 시장과 고객에게 나가는 첫경험이라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체험단 반응에 따라 순풍을 탈 수도 있지만, 문제가 생기면 역풍을 맞아 첫 시장진입 단계에서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어서 다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멈춰놓고 체험단에만 집중했다. 마케터로서의 경험상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전혀 예상 못했던 문제들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나 문제가(?) 터졌다! 체험단용으로 제공한 프로모션 패키지의 '용량'문제였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아직은 대규모 생산체제가 갖춰져 있지 않아서 많은 량을 제공하는 것은 부담스러웠고 - 그래서 유명 홈쇼핑 업체 제안도 다음 기회로 미뤄두었다 -, 최대한 많은 분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기존에 쓰던 배변모래에 블랙샌드를 더해서 사용하도록해서 주인 입장에서는 기존제품과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동시에 고양이들도 어색해하지 않고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기존제품과 섞어쓰면 블랙샌드가 내세우는 '탈취'효과를 드라마틱하게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대용량 제공과 소용량 제공 모두를 검토하고 소용량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소용량 사용에 대한 테스트도 꼼꼼히 진행해서 검증후 자세한 사용방법까지 담아 발송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체험단 발송이 완료되자 소용량 패키지가 문제가 되었다. 일부 체험단 신청자들의 불만사항이 접수되기 시작했는데, 기존 제품에 섞어쓰는 소용량이 아니라 최소한 1회를 온전히 쓸 수 있는 량을 기대했는데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주면 체험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오히려 실망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렇게 적게 줄 줄 알았다면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재미있는 점, 아니 당연한 점은, 체험단 모집시 용량과 사용법 그리고 소용량 제공 목적까지 모두 명확히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보험회사 약관처럼 일부러 속이기 위해 숨겨놓지도 않았다. 하지만 일부 신청자들은 체험단만 보고 신청한 것이다. 이런 이벤트를 할 때마다 항상 반복되는 일이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꼼꼼하게 내용을 보지 않는다. 거기에 와디즈 속성이 쇼핑몰과 유사해지면서 세상에 나오지 않은 제품이 아니라 이미 대규모로 양산해서 팔고 있는 제품처럼 고객들이 요구한다. 하지만 체험단분들과 잠재고객들은 그렇게 오인지와 오해를 한 것은 사실이고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했어야 했다. 문제는 터졌고,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응했다. 본 문제 이외에 다양하게 나온 이번 고객반응들을 이미 사업과 마케팅, 이벤트에 반영하고 있다.



체험단 운영의 가장 큰 목적이 직접 블랙샌드의 탈취효과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인데, 다행히도 그 부분은 계획한대로 반응이 오고 있다. 기존 제품과 섞어쓰면서 확연히 냄새가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는 체험단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구입을 체험 이후로 미뤄두었던 고객들과 작은 용량 패키지를 구매했던 고객들이 대용량 패키지를 중심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소용량 패키지 제공으로 마음 상한 일부 고객은 이탈해서 판매량이 소폭 증가에 그치고 있는 점은 아쉽지만, 체험단 시작 시점부터 판매량이 다시 증가추세라 조만간 증가세가 확연히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이번주까지 체험단 효과를 지켜보고 현재 준비하고 있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생각이다.


마케터의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수준은 잘 기획해서 잘 실행해내는 것에만 있지 않다. 하수에서 중수, 그리고 고수로 인정 받는 기준은 문제를 잘 수습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로 얼마나 잘 연결해내는 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끊임 없이 연마해야 한다.


블랙샌드 와디즈 펀딩 페이지>>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59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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