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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pr 05. 2020

서점은 책을 '사는 곳'이지 '보는 곳'이 아니다

마케팅, 사업전략, 브랜드, 브랜드, 서점, 도서

https://hankookilbo.com/News/Read/202004031416026464


서점의 도서관화라고나 할까? 분명히 서점은 책을 '사는 곳'이지 '보는 곳'이 아닌데 고객 편의 증대라는 이유로 추구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부메랑이 되어 서점 수익을 악화시키고 있다. 가뜩이나 다들 책을 점점 더 안읽어서 도서시장이 축소, 고사되고 있는 마당에 서점 뿐 아니라 출판사들도 같이 죽는 형국이다. 책을 위한 장소가 오히려 책을 죽이는 형국이니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그 중심에는 츠타야 서점이 있다.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서점이자 생활을 한가운데로 들어온 서점으로 우리나라에서 몇년 전부터 완전 열풍이다. 사업전략부터 마케팅,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서점의 미래인양 한창 떠들며 분석하고 컨설팅하며 추앙했던 곳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서 만약 그렇지 않은 듯 말하면 생각없는 사람처럼 몰살 당하는 분위기였다. 재재작년부터 작년까지 나 역시 그런 사람 취급을 받았었고. 일본여행 가서 직접 체험하고 더욱 그런 생각이 굳어졌었음에도 말이다.  


츠타야 서점을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유행 시키기 시작하면서, 대형서점들이 변신을 시작하고 우후죽순 독립서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나쁜 것을 아니었다. 하지만 전문가라는 사람들이나 일본서점의 변화를 국내로 가져온 서점 관계자들이 놓친 점은 사업모델, 수익모델로서의 고민이 적었다는 점이다. 사업전략도 마케팅도 아니고 겉만 얇게 훑은 인사이트를 브랜드로 포장하고 중장기적 수익이란 도망갈 구멍을 가지고 가져왔다. 일본 '돈키호테'를 카피한 신세계의 '삐에로쇼핑'이 망한 이유는 브랜드와 고객경험 차원에서는 나쁘지 않았으나 결국 수익모델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 곳곳에 수많은 돈키호테가 존재하는 이유는 돈키호테 사업모델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필수요소이기 때문인데 삐에로쇼핑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츠타야 서점의 본질은 책을 매개로 다양한 부대사업들이 서점이라는 이름 안에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며, 수익은 단순히 책 판매가 아니라 부대사업을 통한 수익이 서로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책 읽은 사람들 옆에 뜨개질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 옆에 경제강연 수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고객 편의 시설을 늘려서 체류시간을 늘리면 책이 더 많이 팔린다는 것도 옛날 이야기이고,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해서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도서시장 뿐 아니라 서점내에서 다룰 다양한 부대산업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설계해서 하나로 융합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정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 대형서점들 중 일부는 모기업의 사회공헌목적이 크기 때문에 도서관인지 서점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생겼기도 하다. 굳이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쨌든 대형이던 중형이던 소형서점이던, 독립서점이던, 거기에 출판사들까지 도서산업과 시장 전체가 위태위태해진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음반시장이 불법 무료 mp3로 인해 초토화되고 다시 변신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듯이 또 비디오와 DVD 영화시장이 불법 무료 영상으로 초토화되고 다시 지금의 모습이 되었듯이 도서시장도 조금씩 변화해나가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감이 잘 안온다. 음반과 영화는 콘텐츠 소스가 바뀌었어도 동일하거나 더 나은 만족감을 주었기 때문에 변신이 가능했는데, 도서 콘텐츠는 형태나 채널별로 주는 만족감이 너무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음반, 영화시장 변혁기에 나온 전자책부터 스마트폰, 테블릿까지도 종이책 경험을 넘어서진 못하고 결국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변해왔으니 말이다. 도서와 서점의 미래모습이 진심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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