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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ug 09. 2020

스타트업이 연차가 올라갈수록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들

스타트업, 성장, 마케팅, 시장, 투자

스타트업이 연차가 올라갈수록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고객과 시장, 매출과 수익 관점으로만 정리해보았다. 물론 사업아이템과 속해있는 산업에 따라 완전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일들을 가볍게 열거해놓았다는 정도로만 봤으면 한다.


1단계 : 예비창업단계와 극초기단계에 있으면서 그동안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제품과 서비스를 각종 스타트업 지원금을 가지고 만들기 시작한다. 사업을 자기돈으로 하는 건 바보라는 업계 말대로 자기 사업임에도 자기 돈 쓰는 건 병적으로 싫어한다. 지원금을 창업가 자신이 챙길 수는 없지만, 자기 월급 제외하곤 대부분 남의 돈으로 할 수 있다보니 자기 사업아이템 만들어내는 것과 더불어 어떻게 하면 지원금을 끌어올까가 주요 관심사다. 고객과 시장에 대해 열심히 조사하기는 하는데, 유심히 보면 객관적이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자기 사업아이템에 유리한 이야기만 듣고 그렇지 않은 의견은 고객과 시장이 자기 제품, 서비스를 이해못해서 그런거라고 치부한다. 지원금이나 공모전 상금, 시드머니까지 줄줄이 타내기 시작하면 그게 이미 사업 성공인양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공식적인 매출은 거의 없지만, 그런 돈들을 매출과 수익인양 인식하고 말하고 다닌다.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만 하면 무조건 대박날 거라 확신한다.


2단계 : 시제품 수준의 제품, 서비스가 드디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때 시제품 수준이지만 스타트업은 시제품이 아니라 정식제품이라고 말한다. 주위에서 이 정도 완성도로는 모자란다고 그리고 출시를 위한 각종 기본서비스나 운영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고 말해줘도 창업가와 그 주변 이해관계자들 몇몇은 듣지 않고 무리해서 출시한다. 원래 스타트업은 어떻게해서든 먼저 비행기 띄우고 날면서 날개도 만들고 엔진도 만든다는 논리로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단 이 말은 다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해야만 하는 스타트업 사업 운영에 대한 말이지 제품과 서비스 자체에 대한 말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제품을 산 고객은 고객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제품, 서비스 테스트 대상이 된다. 대부분은 이 단계에서 시장진입에 실패한다, 즉 고객과 시장을 뚫지 못한다. 소수는 의미있는 결과를 얻어서 시장성에 대한 확신을 얻기도 하고 복권 당첨 확율로 곧바로 대박이 나기도 한다. 실패하면 자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진실을 깨닫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고, 시장성 확인 정도만 되면 그래서 어떻게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고민과 반성의 기회라도 생기는데, 운 좋아서 작은 성공이라도 하면 오히려 그 성공이 자기 확신이 되어 향후 어떤 면으로든 최악의 상황을 만들게 된다. 역시나 이 때도 제대로 된 매출은 없다. 지원금이나 상금 등으로 버티는 노하우만 늘어서 역시나 이게 매출이자 수익인양 생각한다.


3단계 : 고객과 시장을 공략해서 제대로 된 매출과 수익을 일으킨 적이 아직 없거나 극소수 작은 성공으로 적은 돈을 만져봤을 뿐이다. 역시나 지원금이나 상금 등으로 버틴다. 이제 인건비나 일부 고정비와 운영비 정도는 지원금, 상금, 거기에 운좋게 같은 배를 타게된 스타트업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채울 수 있는 역량(?)을 쌓았다. 준비는 끝났으니 시제품 수준이 아니라 이제야 진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다. 여전히 수준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동안 아주 놀지만 않았다면 그래도 2단계 제품, 서비스 보다는 나아졌다. 또다시 고객 지갑을 열기 위해 시장 진입을 시도한다. 역시나 대부분 실패다. 그래도 망하진 않는다. 사업유지를 위한 돈은 어차피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데서 가져오면 된다. 대신 어느덧 실제 사업하는 것보다 돈을 타온 지원사업 팔로우업하는 것에 더 에너지를 쏟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과정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슬슬 현타가 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초심과 달리 B2C에서 B2B나 B2G로 슬슬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다. 일반고객이 아니라 매출규모가 크고 니즈가 명확한 기업이나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다시 설계한다. 일반고객 보다 쉽게 느껴진다. 그 동안 스타트업씬에서 버티면서 적당히 유명세도 있고 네트워킹도 쌓여있다보니 거기에 이해관계자들이 엮여있는 터라 같은 스타트업들에게, 혹은 그동안 자기를 지원해준 기관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소개 받은 기업이나 기관에게 제품, 서비스가 팔린다. B2C때 보다 한번에 큰 돈이 들어오니 금방 부자될 것 같다.


4단계 : B2C 시장에 대한 꿈은 접지 않았지만, 당장은 B2B, B2G에서 돈이 들어오다 보니 여기를 먼저 공략해야겠다는 야심에 대대적으로 발을 붙여본다. 그런데 막상 초기 소개 약빨이 떨어지고 나니 만만치 않다. 일반고객들은 가끔 속는 사람들이라도 있어서 종종 제품, 서비스가 팔리기라도 했는데, B2B와 B2G고객들은 정말 너무너무 까칠하고 꼼꼼하다. 영업하러 갔다가 오히려 영업 당하고 오는 기분이다. 그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제품, 서비스를 들으면 그건 내 스타트업에서 해낼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는다. 어느덧 고객사 레퍼런스는 슬슬 정체되고 같은 스타트업들이나 누가 봐도 도와주고 있는 곳이구나 싶은 몇몇 기관과 기업에 한정되어 있다. 연차가 많이 차니 더이상 지원금이나 상금 등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연차가 찰수록 경쟁하는 곳들은 적어지지만 이젠 정말 진검승부다 싶은 스타트업들만 남아있고, 초기단계 때는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얼마나 많이 골고루 돈을 뿌리느냐였는데 중간단계를 넘어가니 그때와 달리 지원금이나 투자금도 승자독식이 심해진다. 될놈에게 몰아주는 경향이 크다. 결국 원래 하던 사업 이외에 창업가나 창업멤버 개인 혹은 회사 일이지만 돈을 벌기 위한 외주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예비, 초기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거나 기업이나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 서비스를 만들어주면서 돈을 번다. 그리고 이제는 나라장터 등등 정부나 지자체 지원사업이나 수주건들 검색에 이미 능통해져서 스타트업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내 사업과 연관이 있다 싶은 것들은 죄다 리스트업해서 지원해본다. 얼핏 보면 매출과 수익이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숫자를 한번만 까봐도 다 들통나는터라 투자자나 이해관계자, 심사자나 기업 대상으로 IR이나 피칭을 할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5단계 : 글쎄... 이제는 2단계~4단계 전체 혹은 부분부분이 반복된다. 그래서 결국 망했거나, 좀비 스타트업이 되었거나, 뭔가 딴게 풀려서 성공했거나... 성공의 정의는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돈을 많이 벌어서일 수도 있고, 우연히 운이 좋아서 사업을 통째로 잘 팔았을 수도 있고, 큰 돈은 아니더라도 작은 시장에서 밥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게 될 수도 있고. 돈 이외에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나까지 생각하면 성공확율은 더욱 낮아진다. 성공의 정의가 무엇이던 간에 사업 성공은 하늘의 뜻에 달려있다. 물론 그냥 노력이 아니라 의미 있는 노력이 성공확율을 높여준다는 사실은 진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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