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교육, 에듀테크, 유행
요즘 스타트업 판에 교육분야가 완전 핫하다. 에듀테크라는 이름으로 재작년말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핫했다가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코로나로 온라인 교육이 차선책이 되고 몇몇 교육 관련 스타트업이 연이어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반전되었다. 거기에 정부 정책으로 스타트업 화두 중 하나로 비대면과 AI, 교육까지 던져지면서 기름까지 뿌린 꼴이 되었다. 최근 2-3개월만해도 멘토링이나 코칭, 컨설팅과 심사 등으로 접한 교육 사업아이템 스타트업만도 쪽히 50개는 넘는다. 지난 3년을 다 합치면 농담 아니고 300, 400개는 더 된다. 숫자는 많은데 글쎄... 이 사업아이템 괜찮네라는 생각이 든 경우는 100개 중 한 두개 될까 말까 한다. 예비나 초기 창업 단계 뿐 아니라 이미 중견기업급이 된 곳들까지 합쳐도 비율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왜 그럴까?
교육 사업아이템을 하기 위해서는 아주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이해 혹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곳들 대부분은 이걸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고 건너뛴채 교육을 기술로 풀려고 했다. 일단 교육사업을 하려면 직접적으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던 혹은 주변 산업으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던 간에 교육은 교육 받은 대상을 성장시켜야만 한다. 현단계에서 더 좋은 단계로 발전시켜야만 한다는 의미다. 교육업에서 쉽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불안감을 자극해서 판타지를 제공한다는 원칙이지만, 아무리 그렇게 한다해도 사기를 치거나 더 안좋은 상태로 만들면 안된다. 교육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까지도 안하겠다.
어쨌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 서비스 혹은 교육 콘텐츠 기획력은 핵심적인 역량 중 하나이자, 반드시 갖춰야할 기본 역량이다. 주변 산업에 있더라도 정도만 다르지 마찬가지다. 결국 교육은 최종 소비자 입장에서 교육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인데 교육 콘텐츠가 안팔리면 다른 것들은 아무리 잘만들어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비대면이던, 온라인이던, AI던, VR이던, AR이던, 플랫폼이던 사업아이템이 어떤 형태던지 어떤 기술을 적용하던지 그건 모두 증명가능한 명확한 교육효과를 줘야만 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고, 그것은 교육 기획력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기본 전제와 핵심 필수 역량인 기획력은 쏙 빼거나 대수롭지 않게 과감히 넘기고 변죽만 울리니 과연 그게 사업모델로 작동을 할 지 혹은 이해관계자들과 파트너들과 협업하면서 사업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의심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교육 스타트업들도 유심히 관찰하면 투자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는 뒤로 하고 투자 받기 전 시점으로만 보면, 기본 전제와 기획력을 갖춰서 시장과 고객의 반응을 확실하게 이끌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교육 스타트업이 이런 거 없이 기술이나 마케팅, 부대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울 때면, 마켓컬리가 새벽배송과 브랜드 때문에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한숨이 먼저 나온다. 사업아이템이 속한 산업과 시장의 본질적인 속성을 파악하지 못한 사업아이템은 무용지물이다.
비대면과 온라인 스타트업 육성 분야 중 하나로 교육업을 정부에서 지정하고 대대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하니 에듀테크한다는 교육 스타트업들이 엄청나게 이 바닥으로 러쉬하고 있다. 난 스타트업 산업에 있으면서 나 역시 교육업도 하고 있지만, 이건 도가 지나칠 정도로 광풍에 가깝다. 어떤 심사 자리를 가나, 어떤 IR을 가나 교육 스타트업들이 넘쳐난다.
어떤 계기로 사업아이템으로 교육 아이디어를 떠올려서 하는 스타트업부터, 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전문성 때문에 시작한 스타트업, 기술이나 개발 역량을 가지고 있으나 교육산업이 핫하다는 이유로 뛰어든 스타트업, 거기에 대형 메이저 교육업체들을 제외한 중소 규모의 기존 교육업체들과 기존 교육업자들까지 스타트업으로 변신해서 모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관광업과 이벤트업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로 순식간에 직격타를 맞은 산업 중 하나가 오프라인 교육업이다 보니 충분히 이해도 되고 공감도 된다. 가끔 찡찡거리듯 우리 회사 역시 정말 제대로 직격타를 맞았으니 말이다. 교육의 미래형태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는 위기감으로 그러는 것도 인정은 하지만, 당장 생존을 위해 당분간 정부 지원에 의지하며 살아남으면서 스타트업 타이틀을 걸고 앞서 투자유치에 성공한 몇몇 업체들처럼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함도 커보인다.
그런데 도를 넘어섰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교육 스타트업을 직장생활이 끝난 직장인들이 퇴사후 치킨집이나 편의점 차리듯 많아도 너무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인데, 굳이 치킨집이나 편의점 비유를 든 것은 거의 다 유사한 아니, 솔직히 말하면 똑같은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심사나 IR 가서 업체이름을 가리면 대부분의 사업계획서가 구분이 불가할 지경이다. 비대면, 온라인, 동영상, 플립러닝, 실시간, IT/코딩교육, 취업교육, 직무교육, 커뮤니티, 클래스, 교보재나 키트, 데이터 축적과 AI... 사용하는 키워드도, 사업계획도, 사업모델도, 수익모델도 거의 다 찍어낸 듯 판박이다. 그래서 심사자나 투자자, 기업체 입장에서는 교육 스타트업수는 엄청난데 정작 뽑을 곳이 없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져있다. 그런데 지원한 곳들이 제출한 희망 투자금액은 최소 몇억에서 20-30억이다. 기술이나 제품 보유 스타트업들조차도 검증 안된 상태에서 그렇게 지르지 않는다. 스타트업 바닥에 대한 이해가 낮다고 밖에 판단이 안된다. 교육, 컨설팅하는 곳들이 다른 사람들 가르치면서도 이렇게 현실감각이 없다니... 하물며 직무교육이나 스타트업/창업 교육한다는 곳들조차도... 너무 놀랐다.
당연히 당장 그제와 어제 심사자리만 봐도 각 산업군과 분야별 스타트업 합격율을 따로 계산하면 교육 스타트업의 합격율이 극단적으로 저조하다. 오히려 원래 뽑으려고 했던 숫자를 줄여서 다른 산업군으로 넘길 정도다. 대부분 단순히 채널과 수단만 온라인 비대면으로 가져온 것에 가깝거나, 이미 많은 투자 유치에 성공한 교육 스타트업들이 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해온 이미 타이밍과 유행이 지난 것들이었다. 혹은 교육 전문성은 있는데 데이터와 기술에 대한 이해가 너무 낮거나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겉으로는 온라인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본질은 오프라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안타까운 현실은 솔직히 뽑고 싶고 탐나는 교육 스타트업 사업아이템이나 모델은 심사자나 투자자, 기업체 담당자 머릿속에 공감대를 이루면서 이미 어느정도 정돈되어 있는데 그걸 하겠다는 교육 스타트업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