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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Oct 03. 2020

연쇄창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스타트업, 연쇄창업, 육성, 멘토링, 코칭, 교육

요즘 스타트업과 창업 교육 및 멘토링 시장을 흔드는 새로운 화두는 '연쇄창업'이다. 말 그대로 창업을 몇번 했는가를 내세워서 사람을 모은다. 정확하게는 정부나 기관, 기업이 주관이 되는 스타트업과 창업 육성 및 지원 프로그램, 현재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VC나 AC가 주도하는 육성과 지원 프로그램에서 내세우지도 선호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이나 창업을 하려는 혹은 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설기관이나 민간업체, 강사가 만든 프로그램에 등장한다. 


연쇄창업? 말 그대로 자극적이면서도 임팩트있다. 생각 없이 들으면 얼마나 사업을 잘하면 창업할 때마다 성공할까하는 믿음을 갖게 만든다. 정말 그랬다면 진심으로 대단한 것이 맞다. 남들 한번도 어려운데 여러번 창업을 해서 성공했다니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대부분의 경우 진짜 말 그대로 '연쇄'창업이다. 당연히 매번 성공할 수는 없는게 정상이기 때문에 연쇄창업하면서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역량과 노하우가 쌓여서 연쇄창업의 마지막은 성공으로 끝날 것이다. 즉, 연쇄창업을 하면서 한번 이상은 어떤 형태로든 EXIT을 해야 하고 특히 마지막은 반드시 성공으로 끝나야 연쇄창업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연쇄창업을 걸고 홍보하는 내용을 유심히 보면 과연 저게 사업성공이자 EXIT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만들거나, 몇번을 창업했는지 횟수를 강조한다. 혹은 결국 연쇄창업의 마지막 성공이 스타트업과 창업 성공 노하우를 가르쳐준다는 그 교육사업 자체인 경우도 있다. 계속 망했었는데 너희들을 가르치는 이 사업으로 너희들 지갑을 털어서 성공했다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계속 연쇄적으로 창업을 했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장에서 먹힌다. 상식적으로 한번도 아니고 그렇게 연쇄창업을 해서 성공할 정도면 엄청 돈도 벌었을텐데 굳이 큰 돈 받으면서 교육이나 멘토링, 컨설팅을 해주겠는가? 정말 자기 노하우로 세상에 도움이 되게 만들겠다면 무료로 하거나 최소한의 돈만을 명목상 받아야 하는게 아닐까?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땅이 있다며 투자하라고 전화하는 부동산업체들과 똑같다. 그렇게 큰 돈 벌 기회면 니가 벌지 왜 남한테 벌라고 하는가?


조금만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데 먹히는 이유는 항상 같다. 앞서 이야기한 연쇄창업이 어떻게든 성공했을거라는 연상작용과 그 기대치에 맞춰 적절히 포장되어 있는 커리어와 성공케이스가 판단의 근거이자 신뢰의 바탕이 되고, 빠르고 쉬운 길을 찾고자 하는 조바심과 욕심이 합쳐져 눈을 가리게 된다. 보고 싶은대로 보고 믿고 싶은대로 믿게 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연쇄창업자를 따르게 된다. 거기에 적지 않게 지불한 자기돈은 혹여 나중에 효과가 없음을 알게 되어도 자기돈을 쓸데없이 썼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자기방어기제가 작동하여 연쇄창업가나 그 교육, 멘토링, 컨설팅은 돈값대로 문제가 없는데 자기가 노력을 제대로 안해서 그렇다고 자위하게 된다. 여기에 그렇게 생각하도록 돈 받은 쪽에서는 교육 받은 사람들 중 극소수의 성공케이스를 지속적으로 내세워서 헛돈 쓴 교육참가자 자체가 문제 있는 것으로 몰아간다. (이 성공케이스도 작은 게 포장되어 있거나 혹은 사실상 사기일 수도 있고, 정말 제대로된 성공케이스일 수도 있는데 수십, 수백, 수천명 모으다 보면 어차피 이거 아니더라도 될놈될 성공할 놈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정말 헛돈 썼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더라도 자기가 그런데 돈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창피해서 대부분 이 사실을 주위에 숨긴다. 교육 다 받고서 효과 없었다고 돈 내놓으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혹여 컴플레인을 걸고 욕하는 글을 쓸까 해도 그런 행동 자체가 역으로 자기 이미지에 안좋을 수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즉, 어떻게 해도 이건 철저히 교육을 제공하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몇몇 이런 사설기관이나 민간업체, 개인들을 제외하고 기존 스타트업이나 창업 육성이나 지원 부분에서는 연쇄창업을 내세우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업성장과 함께 기업의 성장을 함께 기대하기 때문이다. 연쇄창업을 한다는 창업가가 자기는 중간에 받을 거 받고 털고 나가더라도 그 사업과 기업은 존속해야 하고 계속 성장해야 한다. 이것이 육성과 지원을 하는 목표며, 창업가 두둑히 챙겨주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따라서 사업시작부터 EXIT만 생각하는, 더 노골적으로는 돈 챙겨서 튈 생각만 하는 창업가를 대부분의 경우 좋게 보지 않는다. 컴퍼니빌더로서 정말 탁월한 역량이 있거나 스타트업과 창업 성장 단계의 특정한 시기와 부문에 전문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사람은 인정하고 사업을 위해 부를 것이다. 정말 뛰어난 연쇄창업가들이라면 교육시장이 아니라 컴퍼니빌딩 시장에서 큰 돈 받고 불려갔을거다. 거기에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스타트업과 창업 시장이 본격화된게 이제 5년, 태동기까지 합쳐도 10년 미만인 상황이라 사업다운 사업으로 EXIT해가면서 연쇄창업을 제대로 한 사람 자체가 거의 없고 아주 극소수다.


아무튼 내 주위사람들 중에서는 연쇄창업 몇번을 했던 간에 그거에 혹해서 헛돈 쓰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망하지 않는 사업비법, 빠른 사업성공 노하우, 1년안에 기업가치 몇십억 만들기 따위의 유사 프로그램에도 돈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류시장의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들을 공짜로 풀다보니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돈 써서 배우는 스타트업과 창업 프로그램 보다 훨씬 더 비싸다. 그 비싼 돈을 고맙게도 다른 곳에서 내줘서 그렇지... 이렇게 말해도 사람들은 특히나 교육시장에서는 자기돈을 쓰고 쓴만큼 가치를 부여하고 믿는 행동패턴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니 여전히 사설시장이 잘 돌아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돈 써서 제대로 효과본 경우를 아직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 곳에서 내세우는 성공케이스도 정작 공식 언론인터뷰할 때는 사설기관 이름은 쏙 빼고 하더라.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런 말을 하던 안하던 어차피 그런 곳에 돈 쓰는 창업가와 안쓰는 창업가는 애초에 처음부터 갈려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는 그런 사설기관과 민간업체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 우연히 똑같이 들어왔어도 그런데 혹하는 창업가는 항상 결국엔 거기에 넘어가서 다른길 가고, 정도를 타고 가려는 창업가들은 그런 곳에 한눈 팔지 않고 정도를 간다. 전에는 어떻게든 모두를 데려가야만 한다는 오만한 선민의식이 있었는데 말 그대로 그건 사람들을 내 잣대로 다듬으려는 오만함이라는 깨닫고, 한두번은 의견을 줄 수 있지만 다 큰 성인들인데 자기 선택에 따라 자기 길 가고 자기 인생 책임지게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깔끔하게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도 후자만 챙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이것만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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