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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Feb 20. 2021

유튜브 채널 운영 연간 대행사 선정 심사하면서...

유튜브, 비딩, 수주, 마케팅

며칠전 한 기관의 유튜브 채널 운영 연간 대행사 선정 발표에 평가위원으로 참가하여 심사하면서 든 생각의 단편들을 떠오르는 의식의 흐름대로 주저리 주저리...


1. 내 사업도 수주사업을 주로하고 있지만, 고객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게 가장 먼저다. 다들 홈페이지 대충 훑고 와서 자기말, 당연한 말만 한다. 고민의 깊이가 얕다.


2.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하겠다'는건지 구체성이 떨어진다. 발표시간이 15분이나 되는대로 말이다. 영상 시나리오나 콘티로 시간 대부분을 채운다.


3.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적으니 대부분 내용이 화려하게 변죽만 실컷 울린다. 


4. 중요한 건 Why인데, 모두 Why가 빠져있다.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해서 최대한 이해한다해도 왜 그게 필요한지, 왜 해야 하는지는 말해야 하는데 말이다.


5. 최소한 말이 되려면 논리적으로 연결은 되어야 할 것 아닌가? 역시나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일임을 생각해도 앞뒤 다른 말을 하는 건 아니다.


6. 발표전형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았음에도 세로형 발표자료나 보고서형 발표자료를 가져와서 비딩에 참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빔을 쐈을 때 최소한 글씨는 보여야 할 것 아닌가? 


7. 대부분 업체들이 맥락없이 자기 회사 조직이 젊다며 강점이라고 자랑한다. 평균 나이 30대 초반은 기본이요, 20대 중후반도 있다. 젊은게 무조건 장점이라는 근거는 어디서 나온 걸까? 


8. 죄다 MZ세대를 공략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알파세대 공략까지 나온다. 명확한 근거 없이 모두 메인타겟은 무조건 MZ라고 한다. 앞서도 여러번 나온 말이지만 제발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말하면 좋겠다.


9. 제발 물어본 것에 대해 답해줬으면 좋겠다. 운영상 발표시간은 15분이나 줬으나 Q&A는 5분에 불과해서 시간이 없었다. 말을 많이 하고 길게 한다고 답을 잘하는게 아니다. 정작 제대로 대답한 곳은 거의 없었다.


10. 모두가 라방, 예능형 콘텐츠, 드라마타이즈 형태 콘텐츠에 인플루언서나 샐럽 활용만 이야기한다. 요즘 핫한 키워드에 트렌드임은 인정하는데, 다 똑같으니 차별점이 없다. 


11. 유명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 연예인, 샐럽 빠지면 아예 불가능한 안들 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누가해도 조회수는 당연히 나온다. 그리고 조회수가 올라갈수록 그들만 더 유명해지고 정작 고객사는 별로 기억에 남는게 없는 안들이다. 고객사는 돈 쓰고 뭘 얻는가?


12. 고객사 유튜브 채널이 방문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을 지조차도 고민이 없다. 고객사 이름을 콘텐츠에서 빼거나 다른 곳 이름을 붙여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콘텐츠안들 뿐이다. 


13. 쓸데없이 고퀄이기만 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수많은 유튜브 동영상들이나 조회수 높아도 고객사나 홍보메세지를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유튜브 동영상들이 넘치는 이유를 알겠다. 다 정부돈이었구나.


14. 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기관이 하다보니 공무원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민원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업체가 떨어지면 갑자기 국민으로 빙의해서 민원을 하는 일이 잦다보니 서류심사전형이 아예 없다. 요건만 갖추면 곧바로 발표심사로 직행한다. 10개 훌쩍 넘는 업체들 모두 발표심사에 참여한다. 거르질 않으니 정말 수준미달 업체들이 속출한다.


15. 문제를 진단했다면서 조회수가 낮고 구독자가 적다는 말을 한다. 그게 문제의 다다. 그건 숫자만 볼 줄 알면 다 안다. 왜 낮은지, 그래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뭔지 제대로 말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16. 모두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올려준다고 한다. 어떻게 올려줄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곳도 한 곳도 없다. 이 콘텐츠들 올리고 광고 좀 돌리고 인플루언서 쓰면 올라간단다. 목표수치가 어떻게 나온건지 설명한 곳도 한곳도 없었다.


17. 모든 비딩이 그렇듯 확실한 것은 고민을 얼마나 했는지는 자료와 발표에서 아주 투명하고 정직하게 보인다. 고민의 량과 깊이는 그대로 느껴진다. 얕은 수는 안먹힌다.


18.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게 수억이 걸려있는 과제라는 것이었다. 수억을 써야하는데 이런 업체들 중에서 무조건 뽑아야 한다. 민간이었으면 아예 이번 심사 무효로 하고 업체지원부터 다시 받았을거다.


19. 수십개의 동영상을 만들어 1년동안 올리는데 아주 단순하게 과제 수주 금액을 만들거라는 영상 숫자로 나누면 영상 1개당 평균 5백만원꼴이다. 광고비다 뭐다 이것저것 빼면 300-400만원 수준일텐데 가능한 이야기인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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