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브랜드, 팬덤, 고객, 매드해터, 로켓티어
본 글은 2021년 1월부터 현재 패션포스트에 기고하고 있는 '마케팅은 삐딱하게' 시리즈 연재글이며, 연재글은 패션포스트 온/오프라인 채널 발행후 순차적으로 지연 공개합니다. 보다 빨리 최신글을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하단 링크의 패션포스트 FSP내 제 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http://www.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fsp49
마케팅은 삐딱하게, 1회차>
급변하는 시기, 기존 생각의 틀은 유효할까?
지금까지 이 정도로 급격하게 모든 것이 변하는 시기가 있었는지 싶다. 단순히 코로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작년 2020년을 단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무조건 ‘코로나’라는 것은 그 누구도 이견은 없을 것이다. 코로나가 급변하도록 가속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코로나 자체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마케팅과 브랜드 영역도 마찬가지로 급변하는 시기 속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트렌드가 바뀌고 유행이 오는 주기가 빨라졌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이전에도 이런 일들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마케팅과 브랜드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론이나 실행방법까지 흔들리지는 않았다.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이 지점이다. 과연 지금까지 100여년 유지하며 마치 불문율과 같았던 마케팅과 브랜드의 방법론들이 지금도 그대로 적용 가능할까? 이런 의심을 가지고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존 생각을 버리고 한번쯤은 삐딱하게 보고 싶었다.
[무신사, TS 광고 이미지]
지금까지 마케팅은 어떤 방법론을 사용했는가?
무신사, TS, MKYU, 블라인드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각각의 사업모델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면 많이 복잡해지니 대표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각 회사들을 간략히 정의해보겠다. 무신사는 요즘 한창 유아인이 광고모델로 나오는 온라인 패션 쇼핑사이트다. TS는 ‘탈모 스톱’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서 조합한 것으로 홈쇼핑에서 탈모 관리 샴푸로 유명하다. MKYU는 여성들의 자기계발 롤모델이자 멘토로 유명한 김미경 강사가 유튜브 MKTV와 더불어 운영하는 교육사이트다. 블라인드는 전현직 직장인들이 회사와 산업, 직무 별로 모여 이슈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앱이다. 정의를 듣고 나니 더 머리가 아프다고? 정말 서로 연관성이 1도 없어 보인다. 공통점이 무엇인지 해답을 말하기 전에 잠시 기존 마케팅에 대해 살펴보자.
여러분이 제품과 서비스를 마케팅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가정해보자. 개인적으로는 Value Chain을 고려한 비즈니스 기반 마케팅을 추구하지만, 이론서가 아니니 이런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선으로 최대한 쉽게 시간 순서로 생각해보자.
1. 시장과 고객 Needs를 파악한다
2.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다
3. 가격을 정하고 유통채널을 구축한다
4. 판매를 위해 광고와 홍보 등 프로모션을 한다
가장 일반적인 제품, 서비스 개발과 마케팅 순서다. 참고로 마케팅은 4P(Product, Place, Price, Promotion) 기준으로 작성했다. 1번과 2번 과정에 시장과 고객을 명확히 정의하고 어떤 위치로 나갈지 포지셔닝(Positioning)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빠르면 2번부터 시작하지만, 3번과 4번 과정 정도에서 브랜드를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언제 만나는가? 그렇다. 4번부터 고객을 만나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은 점차 늘어나고 제품과 서비스의 열광적인 팬이 된다. 물론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성공했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제품과 서비스 먼저, 고객은 그 다음’의 순서다. 과연 이 방법이 맞는가?
기존 마케팅 방법론을 삐딱하게 다시 보자
앞서 말한 일반적인 마케팅 방법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필자 역시 기본적인 마케팅 방법론 틀로서 항상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들도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가 세상을 급변하게 만들면서 천천히 변화하고 있던 모습을 가속화 시키면서 하나 둘 양지로 끌어올렸다. 이미 시장과 고객은 기호와 취향 별로 파편화되고 있어서 예전의 인구통계학적인 접근법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여기에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다시 정의하고 나눠보기도 하고, 처음부터 기호와 취향을 기준으로 분석해보기도 해왔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파악이 잘 안되거나, 너무 시장을 잘게 쪼개서 시장성이 없거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접근하기 어렵거나 기타 등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서 누군가는 생각했을 거다. “아~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일단 사람부터 모아놓으면 뭔가 되겠지!”
사실 이 생각은 스타트업 산업에서는 아주 흔한 접근법이었다. 인터넷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인 벤처붐부터와 함께 20여년도 더 되었다. 벤처가 지금 스타트업으로 용어가 바뀌었을 뿐 소위 플랫폼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과거 다음과 네이버가 그렇게 했고, 지금은 독과점 문제로 한창 입에 오르내렸던 배달의 민족도 그렇다. 페이스북도, 넷플릭스도 동일한 방법을 사용했다.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사업아이템과 사업방향성이 잡히면 그것으로 사람을 모으고 이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확충해 나가면서 사람을 더 모으고, 결국 이 사람들을 고객으로 만든다. ‘사람이 곧 돈이다’라고까지 말한다. 일반적인 마케팅 순서가 ‘제품과 서비스 먼저, 고객은 그 다음’의 순서였다면, ‘고객 먼저, 제품과 서비스가 그 다음’인 접근법이다.
과연 무신사, TS, MKYU, 블라인드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무신사, TS, MKYU, 블라인드의 공통점은 바로 이것이다. 일반적인 마케팅 방법론의 역순으로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먼저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 각 기업이 가장 초기에 어떻게 시작해서 지금에 왔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무신사는 2001년 패션 운동화 인터넷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운동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면서 커뮤니티가 형성되었고, 그 관심은 자연스럽게 패션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패션 온라인 매거진을 내놓으며 초기 매니아적인 성격이 조금씩 누그러지고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2009년 이커머스 기능이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사업화에 들어가서 지금의 모습까지 진화해왔다.
TS는 ‘탈모 스톱’의 약자 그대로 탈모 커뮤니티가 그 모태가 되었다. 탈모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고민을 공유하고 탈모 혹은 발모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다. 그리고 직접 탈모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기능성 샴푸를 직접 만들게 되었다. 무신사와 마찬가지로 커뮤니티내 사람들이 초기 고객이 되어 사업화의 기반이 되었고, 지금은 TS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을 수 있었다. 헤어 뿐 아니라 바디 케어, 코스메틱, 헬스&리빙, 여기에 건강기능식품까지 확장했다.
[MKYU 페이스북 페이지 메인 이미지]
MKYU 사례를 보자. 김미경은 2000년대 초반부터 유명한 샐럽 강사이자 연사로, 방송부터 책출간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지금은 120만명이 훨씬 넘는 유튜브 채널 MKTV까지 하고 있으며, 여전히 샐럽으로 많은 곳에 초대 받고 있다. 이런 그녀에게 하나 둘 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팬클럽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롤모델이자 멘토로 3050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녀가 사업으로 진행하는 MKYU (미경 유튜브 유니버시티)는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2018년 시작했다. MKYU사이트에 들어가면, 일반적인 교육 사이트와 많이 다르다. 대부분 일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반하여, MKYU가 다루는 주제는 자기계발, 전문성 직무교육, 글쓰기, 재테크 등등 일관성이 안보인다고 느껴질 정도로 폭넓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이트 이용고객인 3050 여성이 원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지식과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와 블릿 이미지]
블라인드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회사 내부 문제나 이슈에 대한 가장 빠른 소식통으로 언급되며 뉴스로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오고 간다. 역으로 블라인드 내에서 이슈가 되어 언론에 노출되는 일도 허다해졌다. 그런 블라인드가 지난 11월 신규 서비스 출시로 말이 많았다. 직장인 미팅앱 ‘블릿’을 출시한 것이다. 블라인드가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생각하면, 데이팅앱 출시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블라인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직장인 인증 과정이 있었던 만큼 블라인드 고객들은 검증된 직장인들이 대부분이고, 데이팅앱 서비스의 어려움은 신분이 확실하고 믿을만한 사람을 소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 블라인드 고객들인 직장인들 중 연애하고 싶은 니즈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로 믿을만한 사람을 연결시켜줄 수 있다는 강점까지 더할 수 있으니, 고객 측면에서만 보면 블라인드의 블릿 서비스 출시는 자연스럽다.
고객 먼저, 팬클럽이 팬덤이 되어 사업으로 가는 과정
일정한 목적이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놓았다는 것은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론일 지도 모른다. 제품과 서비스 먼저, 그리고 고객을 모으는 기존 방식은 여전히 훨씬 더 많이 쓰이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장과 고객의 기호와 취향이 다양하게 쪼개지면서 효율성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고객 먼저’ 확보하고 이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하다. 처음 시작은 팬클럽 수준일 것이다. 그리고 팬덤으로 커지고 그 팬덤의 힘이 대중으로 넘어가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매번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면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삐딱한 마케팅 접근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