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혼자 산다, 혼술, 삶
오늘로 독립한지 딱 한달이다. 그동안 느낀 점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끄적끄적...
1. 내가 가진 여러가지 성격 중 특정한 부분이 극대화된 기분이다. 난 한마디로 '사교적 비사교성'으로 설명되는데, 비사교적 성향이 극한으로 간 듯하다. 집돌이를 넘어서 집콕족이 되었다. 평생 항상 누군가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아직은 온전히 '나 혼자 산다'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일상이 되면 다시 동굴에서 나와 균형을 맞추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가 너무 좋다. 당분간 동굴 생활을 더 즐기게 될 듯.
2.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술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고 술이 아니라 술자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1년 평균 2-3번도 혼술을 안했다. 혼자 무슨 재미로 마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폼잡고 양주바에서 혼술하는게 멋지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런데 요즘 혼술의 재미에 빠졌다. 감히 혼술족이라 말할 수 있다. 아직 제대로 된 혼술족으로 진화하려면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역시나 이 부분도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삶이 익숙해지면 혼술과 사람들과 어울리는 술자리 사이에 균형이 맞춰지겠지.
3. 혼자 사니 집에서는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어서 좋다. 가족이랑 살 때도 불편했다거나 눈치를 봤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혼자가 아니다 보니 내 감정이 가족에게 전달될 수 밖에 없어서 집 안의 기둥이자 가장으로서 솔직히 드러낼 수 없었던 면이 있다. 내 기분이 집 안 분위기가 되는데, 밖에 있던 감정 중 안좋은 감정이나 일을 집 안으로 가져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혼자 끝낼 일을 말이다. 혼자 사니 힘들면 힘든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으니 좋다. 그 자체로 풀리는 기분이다. 물론 눈치 안보고 집안 곳곳을 벗고 다닐 수 있는 자유도 너무 좋고.
4. 혼자 살면 보통 살이 빠진다고 하는데 점점 더 찌는 기분이다. 바지런히 집안 일하면서 부지런히 집안 꾸미며 살고 있어서 운동량은 확실히 늘었는데, 꼬박꼬박 너무 잘 챙겨먹어서 그런 것 같다. 운동기구도 슬슬 몸에 익어가니 홈짐에서 꾸준히 운동 빡시게 하고 마음 먹은대로 식단도 세팅해서 본격적으로 몸관리도 시작해야겠다.
5. 하루종일 집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그런데 괴로운게 아니라 즐겁다. 집안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것을 평생 처음 깨달았다. 새로운 적성을 찾은 것 같다.
6. 집이 내 집이 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마치 인간관계 깊게 쌓아가고자 하는 상대방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건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집이 익숙해지면서도 자꾸 여기저기 바꾸거나 관리하며 노력해야 하는 모습이 흡사하다. 더구나 집은 라이프스타일과 성격까지도 사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서로 교감하고 영향을 끼친다고나 할까? 그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 한달 되었음에도 아직도 여기저기 건드리고 있다. 물론 처음보다는 훨씬 줄었지만 말이다. 큼직한 것은 베란다에 만들고 있는 홈바 정도 남았다. 앞으로 한두달 더 지나면 모든 면에서 온전한 내 집이 되겠지? 너무 서두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