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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ug 27. 2021

쉽게(?) 투자유치를 하는 스타트업들?

스타트업, 투자, 테크, 기업가치


너무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사업 초기 단계부터 유명한 투자사들로부터 쉽게(?) 투자유치를 하는 곳들이 있다. 당장 내가 직접 멘토링했었던 곳들도 다수다. 멘토링까지 했었으니 그런 스타트업들과 창업가들이 투자 받아서 돈 걱정 없이 사업에 전념하는 것은 충분히 기쁜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그림이 과연 스타트업 창업생태계나 하다못해 창업가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테크 스타트업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 신기하고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정말 말도 안되는 사업아이템이거나 기술의 상업성 보이지 않거나 아직 시장과 고객을 찾아내지 못했어도 투자를 받는다. 


이런 스타트업들에 왜 투자하는지 유명 투자사들의 대답은 대동소이하다. 아직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해당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창업팀에게 있고, 창업가와 창업멤버의 투지과 열정, 거기에 창업가정신과 인성도 갖추고 있어서 그것만 보고 가능성에 투자한다고 한다. 글쎄, 최소 몇주에서 몇달 이상 멘토링이나 교육, 네트워킹 하면서 바로 옆에서 계속 붙어있으면 창업가와 창업멤버, 창업 사업아이템의 숨겨진 모습까지도 확인할 수 있고, 멘토활동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인데 - 그렇다보니 멘토 활동을 하지만 투자사들이나 전략적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로부터 실제로 스타트업이나 창업가의 평판 조회를 많이 의뢰 받고 비공식으로 심사과정에도 참여한다 -, 쓰레기 같은 애들도 다수 그런 투자를 받는다는 점이 재미있다. 


솔직히 돈도 주고 명함값도 올려주는 그런 유명 투자사들 앞에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과 창업가들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데, 무엇을 보고 그런 기준으로 뽑는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팩트는 우연일지는 모르겠으나 창업가와 창업멤버들 대부분은 최상위권 대학이나 테크 관련 학과 출신들, 혹은 기술 개발에서의 검증된 전문성이나 향후 성장가능성, 즉 스타트업이 아니라 창업가나 창업멤버의 기술 개발력에 대한 성장가능성이 보인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선발이라기 보다는 기술자 채용 프로세스에 보다 더 가까워보이는 것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런 투자사들 역시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대형 테크나 플랫폼 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거나, 테크 관련 사업을 했었던 창업가 출신이 주도하거나, 금융권 기업들이 사회 공헌 측면에서 이익을 사회에 돌려준다는 의미로 하는 곳들이다. 이런 곳들은 각각의 입장에서 보면 앞서 말한 투자가 충분히 말이 된다. 


테크나 플랫폼 모기업의 성향을 받는 투자사들은 자기들이 필요하거나 혹은 자기들과 미래에 경쟁하게 되거나 혹여 어떤 이유로든 부딪힐만한 여지가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미리 투자해서 사업전략 측면으로 접근한다. 거기에 유능한 개발인력 확보가 전세계 대부분 기업들의 골치 아픈 숙제 중 하나인데, 투자사와 피투자기업의 관계를 통해 향후 스타트업 M&A나 그 동안 지원하면서 쌓은 관계를 통해 쉽게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투자금을 엄청나게 뿌리는 것 같지만, 이 두가지 목적을 위해 별도로 쓰는 돈을 생각하면 뿌리는 투자금은 사실 돈도 아니다. 



테크 관련 사업을 했었던 창업가 출신이 주도하는 경우는 특이한 면이 있는데 한마디로 사적으로, 사업적으로 필요한 폐쇄형 네트워킹 구축을 위함이다. 전적으로 투자를 주도하는 창업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게 옳다 틀리다 판단하기 어렵다. 안좋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서 화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가 자기 돈이나 자기 능력으로 자기 왕국을 만들겠다는데, 뭐라 할 권한이 없다. 또한 투자 받으면서 그런 왕국에 들어가는 스타트업이나 창업가도 자기 결정으로 한 것이니 말이다. 


금융권 기업들의 사회 공헌 측면에서의 투자는 글쎄 별로 길게 말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돈 넣는 목적 자체가 매우 복잡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매우 단순하다. 한마디로 '쇼잉'으로 정리된다. 


앞서 이야기한 투자사들 이외에 다른 일반 투자사들 다수도 최근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 미팅이나 심사에 함께 하면서 느껴진다. 돈이 너무 몰리다보니 발생한 이슈인데, 시장성과 상업성에 대한 검증 혹은 가능성이 잘 안보여도 테크 스타트업에 대해 굉장히 관대하고 호기심 있게 바라본다. 역시나 특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술이 관심을 많이 받는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의 시장성과 상업성 보다 기술 자체의 대중성에 주목을 한다. 스타트업이라는 금융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기술 자체가 투자시장에서 상품성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이나 산업 측면에서 전문가들이나 현업사람들이 보면 돈 벌 여지가 별로 없음에도, 잘 모르는 사람들 대상으로 대중적인 관심만 끌어도 투자 다음 단계로 넘겨서 투자수익을 낼만큼 돈이 몰려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 스타트업 생태계와 스타트업, 창업가, 창업멤버 입장에서 좋은 일일까? 글쎄... 난 분명 아니라고 본다. 끼리끼리 돈이나 좀 만지자는 의미 이상은 모르겠다. 결국 그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생각하면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어깨 뽕 단단히 들어간 사람들만 키워내고 결국 소 키우는 사람들은 점점 더 줄어들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남의 돈으로 폼잡는 사람들을 찍어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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