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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Nov 27. 2021

스타벅스 에코매장 이용 후기, 현타가 여러번 오는 현실

스타벅스, 친환경, 에코매장, 리유저블컵


의도치 않은 스타벅스 에코 매장 이용 후기~ 현타가 여러번 오는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에세이? ㅋㅋㅋ


1. 사내 스타트업 멘토링을 위해 을지로 입구역 근처에 갔다가 멘토링 전 마치 하나의 종교의식처럼 습관된대로 의식 없이 좀비처럼 스타벅스로~ 


2. 얼죽아로서 언제나처럼 아아를… 그런데 가격은 컵보증금 천원이 더해져 커피값이 확 비싸게 느껴지고 커피를 받았는데 잉??? 컵이 이상해~ 의도치 않게 스타벅스 에코 매장에 왔다는 사실에 현타가…


3. 일회용품이 너무 많이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쓰면서도 불편한 마음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있던 터라 환경을 위해서라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친환경이라는데 동참을! 


4. 멘토링 하면서 커피를 홀짝거리는데 평소 스타벅스 커피맛이 아니다. 현타가 왔다! 커피는 당연히 그대로다, 단지 컵만 바뀌었을 뿐~ 커피는 공감각적인 체험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다. 컵에 스타벅스 로고나 문양, 글씨 등 전혀 없고 ‘해피해빗’ 로고와 카피가 있다. 스타벅스를 마신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맛도 기분도 별로다.


5. 불현듯 리유저블컵 보증금 가격 책정을 기가 막히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천원이다. 몇백원이었으면 매장에 반납하는게 귀찮아서 고민했을텐데 천원이면 반납하기 위해 몸을 움직일 동기부여가 된다. 천원짜리 한장이라 현금도 빠르게 교환할 수 있다. 더구나 컵 디자인이 못생겨서 전혀 탐나지도 않는다. 일부러 이렇게 디자인하고 스타벅스 로고도 안박은거 같다. 무조건 반납이다~


6. 당당하게 스타벅스 카운터로 반납하러 갔는데 리유저블컵 반납과 보증금 받는 건 기계로 해야 한단다. 매장 한쪽에 있는 반납기계를 가리킨다. 반납하는데 현타가 온다. 남은 음료 버리고 세척하고 컵에 붙어있는 주문용 스티커도 떼야 한다. 솔직히 세척까진 못했다. 다행히 아아라 컵은 깨끗한 편이어서 반납에 문제는 없었다. 이미 여러번 이용한 사람들 말로는 컵이 지저분하면 인식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세척해서 반납을 원하면 매장 내에 컵을 닦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던가해야지 이게 뭔가 싶어 슬슬 짜증이 난다.


7. 그래, 여기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취지가 좋으니 넘어갔다. 저 커다란 반납기계에 컵을 딱 하나씩만 반납할 수 있다. 또 현타가! 온갖 하이테크 기술이 다 들어간 것처럼 생겨서 덩치도 큰데 하나씩만 반납가능한 1980년대스러운 기계다. 여러개 한꺼번에 반납해야 하는 경우 하나하나 넣어서 받아야하고, 나야 다행히 애매한 시간대에 반납해서 반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점심시간 등 피크타임이면 반납하기 위해 줄 길게 서는 아수라장이 펼쳐질 듯하다. 정말 컵 하나하나를 아주 정성껏 리유저블컵이 맞는지 확인하더라~ 


8. 갑자기 경영스터디 케이스에서 아주 유명한 사례가 하나 떠오른다. 우유 생산라인에서 우유가 주입 안되서 종이팩이 빈 상태로 라인을 지나는 불량제품을 거둬내기 위해 세상 똑똑한 사람들 다 모여서 하이테크 기계를 만들어 라인에 설치하려고 갔더니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라인 옆에 선풍기 하나 놓고 선풍기 바람으로 속이 비어서 가벼운 종이팩을 날려서 불량제품을 걸러내고 있었다고 한다. 스타벅스 리유저블컵이랑 이게 뭐가 다르지?


9. 리유저블컵을 카운터에서 받아서 보증금 주고 모아서 세척하면 가볍고 빠르게 끝내면서도 고객만족도도 높일 수 있는 일을 큰 기계 갖다놓고 고객을 위한 세척 인프라도 없고 반납도 불편하고 세척은 세척대로 따로 프로세스 만들어서 한다. 단순한 일을 크게 키워서 그야말로 일을 위한 일을 만들어낸 느낌이다. 


10. 저 기계값은 얼마야? 저 기계는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만든거야? 리유저블컵 만들고 유지하고 세척 라인 돌리는거까지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비용은 얼마나 들지? 친환경이라는데 진짜 친환경 맞아? 친환경을 위한 이 모든 비용 지불이 과연 합당한거야? 결국 언젠간 이 모든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텐데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는거야?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이라는 명분만 가지고 고비용에 비합리적인 프로세스도 참아야만 하는게 맞아? 친환경 내세워서 에코팩이랑 텀블러 장사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


11. 당연히 기술이 더 발전하고 경험이 쌓이고 사용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준비 덜 되고 미숙한 상태의 프로세스를 일반고객 대상으로 런칭해서 테스트하는 것까지 참아야해? 도대체 누가 프로젝트 리더였는지 이렇게 준비 안된 서비스를 시내 한복판에 과감히 런칭하는 건 무슨 생각이지? 내 돈 내고 내 스스로 실험실에 쥐가 된다는 것처럼 불쾌한 경험은 없다. 이런거 그렇게 하려면 오히려 참여한 고객들에게 돈을 줘라!


12. 참 반납할 때 리유저블컵 위를 덮고 있던 플라스틱 뚜껑은 반납 대상이 아니다. 그건 전처럼 그대로 버려야 하는 쓰레기다. 또다시 현타가! 당연히 이미 고민 중으로 알고 있지만, 이럴 것 같으면 용기를 모두 친환경 소재로 하는게 교체하는 것에만 집중해서 적용기간을 당기는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무슨 맥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타벅스 에코매장은 스타벅스와 해피해빗을 비롯 다양하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한 생각으로 엮여있어서 탄생한 괴작인 듯하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렇게 비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


13. 그래서 결론은…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된장남 소리 들으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한눈 팔지 않고 짝사랑 중인데, 이번 불쾌한 경험은 지금까지의 내 사랑이 맞나 의심하게 만든다. 당분간은 스타벅스 갈 때 에코매장은 피해다니고 그럴 상황이 안되면 다른 커피숍을 이용해야겠다. 그리고 전보다 텀블러 이용을 더 늘려야겠다. 리유저블컵 사용이 텀블러 쓰는 것보다 훨씬 더 번거롭다는 괴이한 상황에서 텀블러 사용이 더 편하고 친환경적이고 위생적이다.


P.S 예전에 커피찌꺼기를 친환경 제품 제작을 위해 활용하는 건으로 스타벅스에 제안을 했던 적이 있다. 보기 좋게 그냥 씹혔다. 갑자기 그 생각이 나는군… 그냥 뭐 그랬다고… ㅋㅋㅋ


https://news.v.daum.net/v/20211119123508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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