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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an 03. 2022

고객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의 대상이다

스타트업, 사업, 마케팅, 고객, 시장

한 스타트업 대표님이 어드바이징을 요청하셔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알아서 투자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는 기술을 개발해서 런칭하여 시장 초기 반응도 좋았지만, 이내 급격히 성장이 둔화되어서 고민이셨다. 거기에 조직 문제, 사업전략과 방향성 문제 등등 흔히 스타트업에서 볼 수 있는 총체적인 문제와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졌다. 


고객확대와 매출 성장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도저히 고객이 이해가 안된다고 하신다. 고객이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제로 그렇게 해주고 있는데도 시장과 고객 반응이 시큰둥하다면서 내가 만들어놓은 사업모델과 서비스는 완벽한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단다. 자기 돈을 넣고 5년에서 10년을 묶어두면 90% 이상의 확율로 전체 주가가 올라가는 성장율 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율을 올릴 수 있는데, 이렇게 분명히 눈에 보이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단다. 


그래서 한 말씀 드렸다, 고객은 그렇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지 않다고.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게 하기 매우 어렵다.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본 고객들에게 은행 적금도 아니고 돈을 어딘가에 넣고 장기간 묶어둔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돈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빨리 쉽게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 처음부터 큰 돈을 넣던 일단 종자돈 넣고 계속 더 넣던 꾸준히 장기간 돈을 한 곳을 믿고 넣는게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대표님이 보시기에 비이성적이라고 느끼겠지만 그렇게 돈을 넣지 않는게 인간이라고 말씀 드렸다. 


거기에 또 한마디를 해드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돈을 넣을만큼 여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해두시라고 했다. 아껴서 돈을 모은다는 개념 자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거나 강한 의지로 해낼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대부분의 30대 초반까지의 청년 스타트업 창업가이자 대표들이 흔하게 놓치는 부분이 사람의 인생은 살면서 많은 변수가 있는데 그것을 잘 고려하지 않는다. 힘들게 적금을 붓다가 깰 수 밖에 없는 상황, 인생에서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변수가 예측불가하게 튀어나올 수 있는게 인생이다. 일정하게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환경에 맞춰서 적응한 사람들은 특히나 그 돈의 흐름에 변수가 생기면 대응이 어렵다. 


대표님처럼 엘리트 코스에, 살면서 돈 걱정 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거기에 인생의 변수를 부모나 주위사람들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분들은 이성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일부 돈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게 평범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도 직접적으로 해드렸다. 


머리로는 이해하시는 듯했다. 하지만 그 환경을 벗어나 지금보다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서 이성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에 대해 물으시더라... 흠... 이 대표님은 결국 여전히 상황파악이 안되시고 받아들이지 못하시는구나... 이제는 직접 큰 충격을 받기 전까지는 방법이 없다. 뭐 그렇다고 굶어죽을 환경도 아니시고. 적당히 다독거려드리고 어드바이징을 종료했다. 그 이상으로 쓴소리를 할 정도의 관계는 아니니 이 쯤에서 빠졌다. 


먹을 밥이 없으면 빵 먹으면 되지 않냐는 수준의 사고를 갖고 있는 고생 안해보고 돈걱정 없이 큰 엘리트면 더이상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고 관계만 틀어진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토의 주제가 아닌 주제를 그렇게 하고자 하면 무의미한 말꼬리 잡기 밖에 안된다. 상대방이 최측근이 아니면, 그냥 자기 그릇에 맞춰서 그냥 그렇게 살게 두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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