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인연, 사회생활, 인생, 행복
우정? 의리?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유리에 불과한지 20대의 마지막해인 29살에 가슴 찢어지게 겪었다. 여파가 수년이 갈 정도였지만, 배신이라는 것을 차라리 어렸을 적에 겪었다는 것을 지금은 인생 최고의 행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잃을게 많지 않았을 때 겪어서 심신은 너덜너덜해졌지만 내 삶이 깨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갓 성인이 된 스무살 때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사회적 계급을 경험하고 이어서 29살에 겪은 일 덕분에 내 자아와 세계관, 인간관 그리고 인생이 완전히 변했다. 그 바람에 이후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미리 대비하기 때문에 좀처럼 겪지 않았거나 겪어도 감내 가능한 수준 안에서만 아주 가끔 겪게 되어 큰 충격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나이 마흔에 한번 더 있기는 했지만, 삶이 망가질 정도는 아니었다. 상처에 딱지가 앉고 굳은 살이 생겨서 단단해졌다는 것이 맞을거다. 인간관계는 돈 몇푼과 사소한 말 몇마디 앞에서 얼마나 별 것 아닌지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사람이 최고, 의리 의리, 단단한 우정, 변함없는 사랑을 세상 가장 중요하다고 쉽게 단언하는 사람을 오히려 믿지 않는다. 어쨌든 지금은 사람보다 상황을 더 믿는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어도 상황에 따른 사람의 말과 행동은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허락하는 한 관계가 깨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는 않았다. 세상 살아가면서 인생 긴 길을 걸어감에 있어서 그래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사람 뿐이다. 대신 마음을 여는 것은 정말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상대방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갖지 않도록 노력한다. 거기에 나를 먼저 제대로 세우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잘 되도록 최대한 돕는다. 관계가 오래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나 상대방이나 모두 같이 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마음을 열고 마음을 의지하기 위해서는 배신할만한 상황으로 서로 안가는게 최고다. 그리고 이 조차 넘어설 수 있는 관계와 인연의 극소수 사람들을 찾는 것을 멈추지 않고 그런 몇몇은 인생을 진정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이 모든 것들을 하기 위한 첫단계가 일단 사람을 믿는 것이다. 그래서 난 사람을 쉽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