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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an 25. 2022

성인이 되고 두번째로 엉엉 울었다

반려견, 인생, 슬픔, 감정, 해소


며칠전 정말 오랜만에 꺼이꺼이 엉엉 울었다. '동물극장 단짝'이라는 프로를 보다가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반려견을 살피는 가족들이 나왔는데, 그 장면에서 울컥해서 결국 제대로 터졌다. 눈물이 나거나 주루룩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소리 내면서 눈물 콧물 다 날 정도로 운 것은 20살 넘어서 세번째다. 아니 두번째가 더 정확하겠다, 고3 때 대학 다 떨어지고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 펑펑 그렇게 운 건 나이로 치면 성인이라 하기 애매하니 말이다. 



첫번째는 2004년인가 2005년인가였다. 학창시절을 모두 함께 했던 반려견 막둥이 동생이 죽었는데 회사 다닌다고 일 하느라 죽는 것도 못보고 묻어주는 것도 못봤다. 회사에 일에 혼이 팔려서 며칠을 그냥 넘기고 오랜만에 제대로 쉬는 주말을 맞아서 가족들 아직 안 일어나서 혼자 TV 켜놓고 아침을 먹는데, 갑자기 막둥이가 내 옆에 없고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공허감과 슬픔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진짜 엉엉 울면서 밥을 먹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 주위 사람들이 죽거나 아플 때도, 하다못해 아버지나 어머니가 쓰러지셨을 때도, 집안이 휘청거려 가세가 기울었을 때도, 개인적으로 좌절할 일을 겪거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조차도 울기는 커녕 눈물 흘린 적도 없다. 냉정하고 독한 놈이란 소리 너무 많이 들었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그 문제들은 해결해야 하고 그래서 감정 억누르고 더 정신 바짝 차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우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남들 울 때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하고 향후 무엇을 대비할 지를 생각하고 행동해왔다.



그런데 며칠전 17~18년만에 엉엉 운거다. 성인이 되고 두번째로 말이다. 생명을 다해가는 노견과 가족으로 노견을 챙기는 가족들을 보는데, 본가에 있는 귀도 안들리고 거의 보지도 못하고 살짝 치매도 온 (그래도 아직 가족은 알아보고 의지하는) 18살 우리 막둥이도 겹치고 그동안 그렇게 떠나갔던 반려견들 한마리 한마리가 다 떠오르고, 거기에 죽음의 문턱까지 여러번 왔다갔가 하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일들까지 지난 20년 가까이 있었던 일들이 다 떠오르면서, 그 당시에는 이성의 끈으로 정신줄 붙잡아서 잊고 있었던 그 순간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모두 다 터져나왔다.


억눌렀던 감정은 사라지는게 아니라 단지 봉인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감정은 결국 해소해야 하는데 말이다. 두번째 운 이번 경험은 누구보다도 내 자신이 가장 당황했고 당혹스러웠지만,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던 감정의 앙금을 모두 털어낸 것 같아서 속은 후련했다. 세번째는 15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 오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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