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재상 Alex Jul 25. 2022

스타트업 사장에서 겪은 괴이한 심사위원들 단편

스타트업, 심사, 투자, IR, 심사위원


최근 연이어 여러개의 스타트업 심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음주도 역시나 하나 잡혀있고. 심사장에서 겪은 괴이한 심사위원들에 대한 이야기 단편 모음


1.

한 사내 스타트업 최종 선발 심사 자리였는데 사내팀의 IR후 한 외부 심사위원의 Q&A가 전체 분위기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왜 자본금에 대한 이야기가 없나요? 그것은 사업의 기본 아닌가요?"


여... 여기 기업이 직접 지원해서 사업화할 사내 스타트업 심사 자리인데, 무슨 자리인지 확인은 하고 온건지 모르겠다. 다들 할 말을 잃었다.


2.

한 심사위원은 심사 자리에서 창업가의 사업아이템 IR을 듣고나더니 IR자료가 박사논문 같다면서 핀잔을 주고 사업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독창성인데 독창성이 1도 없다고 독설을 뱉더라.


네에? 사업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게 독창성이라는 말도 동의가 안되고 IR자료 구성도 내용이 많기는 했지만 전형적인 IR형식과 사업계획서 양식에 정확히 맞춰져 있던데? 더 웃겼던 것은 저 사업아이템 최소한 국내에서는 아직 아무도 안하고 있는 독창적인 아이템인데~ 사업아이템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질문한 티가 너무 나더라.


3.

실버 대상으로 하는 사업아이템을 한 창업팀이 발표했다. 요양원과 요양보호사를 다루며 기존에 나와있는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들을 분석하여 차별적인 요소이면서도 고객의 언맷니즈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잘 계획했더라.


그런데 한 심사위원이 경쟁사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쌀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뜬금없이 프리미엄 호텔 케이스를 이야기한다. 동종이던 이종이던 비교해서 이야기할 수는 있으나 맥락없이, 더구나 그래서 이 사업아이템에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다 빠져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자리는 멘토링이 아니라 심사자리인데 왜 그러는건지...


4.

사업아이템도 별로고, 창업가도 허세에 IR자료 속에 트랜디한 말들만 잔뜩 담겨 공허한데, 한 심사위원이 점수를 아주 후하게 줬다. 다른 심사위원들과는 정반대였다. 유명 VC 심사역이라는데 30살 갓넘은 듯한 젊은 친구다.


심사를 마치고 심사위원끼리 최종 선발을 위한 랩업미팅 하면서 이유를 물었는데... "잘 모르시나본데 요즘 스타트업에서는 이 키워드가 핫하구요, 이 키워드가 잘 팔리구요, 이 키워드가 스테디셀러예요. 그거 다 들어있잖아요." '아~ 넌 머리가 텅텅 비어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 VC 대표급들 만나면 그동안 돈이 한창 풀릴 때였어서 투자한다면서 일해온 경력 4년 이하 심사역들 대부분이 실제 기업가치를 파악하고 투자하는 것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서 지금 시기에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심사역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던데 틀린 말이 아니다.


심사자리 가면 종종 자격 미달의 심사위원들도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심사위원이 있어도 다수의 심사위원들은 심사할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저런 심사에 대해 충분히 보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심사위원을 부르지 않는다. 그런 사람인지 모르고 부르는 다른 곳에 가서 하는 것까지는 못 막아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홀릭스, 에듀테크에서 지식 정보 플랫폼, 피봇 이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