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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Dec 05. 2022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M&A가 적은 원인과 해결책

스타트업, 엑싯, 전략적 투자, 투자, 창업, 성장


최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M&A가 적은 이유'가 화제인데, 바꿔말하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더이상 스타트업이라 말하기 민망한 대형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M&A하는 즉, CV(Corporate Venturing)가 잘 안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M&A를 통한 엑싯(EXIT)이다.


내가 7년전 사업을 시작하면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최종 종착지로 잡아놓은 것이 스타트업이 M&A를 통해 엑싯을 하는 것이었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한게 스타트업 엑싯은 AC나 VC 등 투자사를 통해 재무적 투자를 유치해서 IPO, 주식상장을 하는 것이라는 판타지가 팽배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상장으로 엑싯할 수 있는 확율은 매해 창업하는 수를 볼 때 조금 과장해서 그야말로 복권당첨확율이다. 하지만 이 말도 안되는 판타지가 지금까지 먹혔던 이유는 정부 모태 펀드와 다양한 지원책이 돈 놓고 돈 먹기의 투자사들과 합쳐져 '내 돈 쓰지 말고 남의 돈으로 사업하세요' 메세지를 뿌리면서 이들을 홀리기 위해 멀리 남의 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인 아주아주아주아주 특별한 케이스와 멋지게 포장된 스타트업 창업가 이미지를 내세워 경제성장시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돈을 찍어내던 시절에 사업성장 보다 뻥튀기 기업가치로 돈잔치하는 방향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정부의 신성장동력 찾기와 취업율 증대, 투자사의 눈먼 돈 털기, 창업가의 탐욕이 시너지를 내면서 몇년째 자주 이야기해왔던 마지막에 잡는 자가 모두 잃는 폭탄돌리기가 계속 되어왔다. 그런 면에서 주식시장 상장이라는 IPO는 폭탄을 일반인들에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이었다. 기업들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어서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으니 상장이 최고였다. 스타트업붐과 엄청 풀린 돈으로 인해 상장하면서 또다시 투자사와 창업가는 어마어마한 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한번 더 있었고. 스타트업은 사업체가 아니라 금융상품 중 하나였다. 소위 스타트업 바닥의 스타트업 마피아들이 주도했다.


내가 CV에 주목하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이유는 실제 스타트업의 엑싯 방법 중 이미 해외에서는 가장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돈은 계속 풀리고 있었지만 각종 경제지수가 경제가 다운되고 돈이 조여질 것으로 이미 3년전부터 조짐이 보였으니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거품이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엑싯 방법은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와 M&A가 현명하다. 그래서 사업이나 일이나 CV에 매우 집중했고 지금까지 왔다.


이렇게 CV를 해오다보니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M&A가 적은 이유'라는 제목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용을 보니 틀린 말도 없고 대부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CV 7년의 경험상 보는 관점과 결론이 다르다. 지금까지 겉으로 보였던 현상과 결과에 대한 분석 그리고 결과론적 해석으로는 분명 맞는 말이지만, 그 보다는 더 근본적인 문제와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입장에서 스타트업이라는 괴이하고 익숙치 않은 존재를 처음 만나게 되면서 당황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혀 다른 두 존재가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서로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는 두 존재가 만나서 서로 상대방이 왜 필요한지 모르고 오히려 서로 존재를 부정하고 욕하기까지 하는데 뭐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돈잔치 기간동안 스타트업 마피아들의 IPO 판타지까지 더해서 스타트업 역시 기존 산업과 시장내 기업들의 도움 없이 어마어마한 투자금으로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마피아들을 통해 기존 산업내 플레이어들은 혁신을 저해하고 시장과 고객의 등골을 빼먹는 존재처럼 묘사되어 왔다. 반면에 기존 기업들은 소통방법이나 일하는 방식, 조직분위기와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식까지 전혀 다른, 기존에 못보던 외계인 같은 존재가 스타트업이었고 스타트업들이 아무리 날 뛰어도 기존 기업들이 별로 신경쓰지 않는 니치시장에서나 깔짝거리다보니 굳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모두 예상하듯이 지금은 둘 다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경제와 시장 변화에 훨씬 민감하고 전문적 노하우를 가진 기존 기업들이 2~3년전부터 변화의 위기를 느끼고 천천히 바뀌기 시작했고, 스타트업들은 올해 돈줄이 딱 끊기니 갑자기 주위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서로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부정했던 전혀 다른 두 존재가 이제 서로 필요로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그 자체가 서로에게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M&A사례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겉으로 화려하게 혹은 스타트업 마피아의 눈에 크게 띄지 않았던 실속있게 성장해온 스타트업들은 이미 몇년전부터 기존 기업들을 통해 꾸준히 M&A되어 엑싯을 해왔고, 기업들은 스타트업에 대해 학습해왔거나 학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극소수의 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스타트업에 대해 잘모르고 어려워한다. 스타트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껴서, 그리고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다보니 M&A를 통한 엑싯이 적었다. 비유하자면 서로 뭔가 얻어내기 위해 만났는데 한명은 한국말만 할 줄 알고, 상대방은 영어만 할 줄 아는 꼴이다. 이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만나기는 하는데 서로 이렇게 다른 존재인데 앞뒤 맥락과 상황 다 무시하고 뜬금없이 함께 무엇을 할 지만 이야기하니 말이 통할 리가 없다. 올해 각종 기관이나 기업, 정부나 지자체 주도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 대유행인데 생각보다 성과가 안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을 함께 할 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왜 서로 만나야 하는지, 서로 어떤 입장에 있는지, 서로 어떤 특성과 성향을 갖고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소통을 해나가면서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협의를 진행해나갈 지에 대해 조율해주면서 서로의 이해를 깊게 하고 협의자리에서 통역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서로 만나서 오해가 없고 서로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작은 과제를 시작으로 큰 협업 건까지 함께 하고 종국에는 전략적 투자나 M&A까지 이어지는 순서를 한걸음씩 걸어나갈 수 있다. 이런 복잡다단한 과정을 다 건너뛰고 일단 둘을 만나게 해서 무조건 같이 뭔가 하라고 하니 협업에서 M&A까지 이어질리가 없다. 결국 양쪽의 괴리감을 극복하는 것이 먼저다.


내가 CV 관련한 프로그램이나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유의했던 것이 바로 그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였고 직접 멘토링하고 직접 사업을 하면서 또한 대기업과 컨설팅사,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산업과 시장에 걸쳐 직접 부딪히고 경험했던 바를 녹여내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찾아낸 노하우와 방법들을 가지고 CV를 풀어내면서 왔다. 신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우리 고객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과 사내벤처 등 CV 프로그램들의 성과가 다른 곳들보다 압도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상으로 판단하기 전에 본질적인 부분까지 한번 더 깊게 파보고 현상분석을 본질적인 이유와 연계해서 봐야 기존 기업과 스타트업, 기존 산업과 스타트업 사이의 괴리감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현재 M&A가 적어 보이지만 앞으로 많아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확신한다. 그것만 보고 7년을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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