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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y 17. 2024

대한극장 폐관 소식에 대한 인터뷰

대한극장, 영화, 추억, 충무로

한 신문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와서 서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이번주 유독 촘촘히 많은 일이 있어서 바쁜 상황인데, 어제 원주 출장 갔다가 밤에 오고 오늘은 아침부터 스타트업 멘토링 한건과 다음주 월요일 현대자동차 워크샵 준비와 사전점검을 위한 유선 미팅 2개를 연이어해서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인데, 그 와중에 어제 오후 요청 와서 오늘 오전까지 보내야 하는 서면 인터뷰에 무리해서 응한거다. (더구나 늦은 오후에 또 업무미팅이 남아있음에도 말이다) 평소 같으면 거절하는게 당연하지만...



얼마전 대한극장 폐관 소식에 아쉬운 마음을 SNS에 올렸는데, 기자분이 그걸 보고 연락하신거다. 시간 쪼개서 정성스럽게 한자한자 인터뷰지를 작성했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헐리우드 키드이자 영화 매니아로서의 책임감이랄까 대한극장 폐관과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대한 인터뷰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보내고 나니 마음이 편하고 시원하다. 인터뷰에 응하길 잘했다. 내 나름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할 일을 해낸 기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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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문사에서 대한극장 폐관 소식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받아 서면으로 정리해서 보낸 인터뷰 전문. 



과연 기사에 담기긴 할 지, 얼마나 담길 지 모르긴 하지만, 이 참에 내 추억의 큰 조각을 차지하는 대한극장에 대한 수줍은 헌사를 남겼다는 점에서 혼자 만족한다. �



1. 대한극장은 언제 처음, 어떤 영화를 관람하러 방문하셨나요?


-> 워낙 어렸을 적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초등학교 2학년인가에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조 단테 감독의 '그렘린'이었을 겁니다. 네다섯살 때부터 극장에 가기는 했지만, 그 당시 초대형 화면의 대한극장에서 본 그렘린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가 없을 정도네요.



2. 대한극장을 얼마나 자주 방문하셨는지, 그동안 이곳에서 어떤 영화들을 관람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 초등학교 때부터 십대까지 부모님께서 일년에 두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영화를 보여주셨습니다. 물론 중고등학교 들어가서는 그 보다는 조금 더 극장에 가기는 했지만요. 그런만큼 어렸을 적 제게 영화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은 손꼽아 기다리는 소중한 이벤트였습니다. 특히 대한극장에 가기를 좋아했습니다. 대한극장을 포함해서 여러곳에서 개봉을 해도 무조건 대한극장으로 갔죠. 그 시절에 로보캅, 피라미드의 공포, 마지막 황제 등을 봤어요. 멀티플렉스로 변신하기 전 단일관일 때 마지막으로 본 건 타이타닉이었습니다. 군대 가서 첫휴가 나왔을 때 집에 안가고 곧바로 대한극장으로 가서 본 지라 명확하게 기억합니다.


이후 멀티플렉스로 대한극장이 바뀌고 나서는 CGV가 워낙 지점을 늘리던 차라 CGV에 자주 갔지만, 사회생활 시작하고 직장이 시청 쪽에 있어서 퇴근후 영화보러 갈 때 다시 주로 대한극장을 이용했습니다. 직장에서 가깝고 영화 전후 저녁이나 술자리하기도 편했거든요.



3. 선생님의 기억 속 '대한극장'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 멀티플렉스 시절의 대한극장은 20대후반 30대초반 사회생활 초년차일 때 회사 끝나고 스트레스 풀기 위해, 혹은 데이트할 때 주로 이용했던 사람 적고 분위기 좋은 극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대한극장의 이미지는 단일관 시절일 때가 훨씬 더 강력한데요, 입이 떡 벌어지는 초대형 스크린에 의자가 흔들릴 정도로 괴력의 사운드를 뿜어내서 내가 직접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던, 그야말로 극장, 영화관이자 영화 그 자체였습니다. 대한극장에서 봐야만 영화를 본거다라는 생각을 할 만큼요. 


거기에 천명 가까이 들어갔던(이는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수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영화관으로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영화로 하나가 되고 즐길 수 있는 '영화 세상' 그 자체이기도 했습니다.



4. 대한극장이 적자로 폐관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 당장 저만해도 전처럼 대한극장에 갈 일이 거의 없었고 사람들이 영화를 즐기는 방식이 바뀐 이후 대한극장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폐관한다는 소식은 언젠가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은 해왔지만, 워낙 추억이 많은 곳이다보니 정작 폐관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적이었고 그런 곳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슬펐습니다.



5. 대한극장은 한국 영화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충무로가 영화의 중심이다'는 사실을 눈으로 증명해주는 곳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영화 관련된 회사나 사람들이 강남을 비롯 여러곳에 퍼져있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충무로에 모두 모여있었고 관객 입장에서 이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한극장이었습니다. 충무로 시대의 상징과도 같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극장은 충무로 대한극장부터 종로3가 서울극장, 피카디리, 단성사까지 이어지는 단일관 시절 메인 극장들 라인의 시작점이기도 했구요. 거기에 영화 산업과 시장의 변화 한복판을 그대로 겪어내온 극장인지라 대한극장의 폐관은 충무로 시대가 진짜 끝났다는게 드디어 체감되더라구요.



6.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스크린 독점, 수직계열화 시스템 등이 과도해 점차 한국 영화 산업이 저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분명 한국 영화 산업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동의합니다만, 저물고 있다는 것은 글쎄요. 제가 기억하는 한으로만 말씀드려도 비디오 시장이 열렸을 때도, 80년대 후반 직배사가 들어왔을 때도, DVD시장이 열렸을 때도, 멀티플렉스가 등장했을 때도, 대기업과 헐리우드 제작사들이 한국영화 제작에 뛰어들었을 때도, 온라인 영화 시장이 열렸을 때도, 넷플릭스가 등장했을 때도, 매번 위기가 왔지만 위기를 발판으로 해결책을 찾아서 오히려 한국영화가 발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도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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