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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an 07. 2017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전개와 익숙한 따뜻함이 동시에

(노 스포일러) 너의 이름은., 영화, 영화리뷰, 리뷰,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신선한 전개와 익숙한 따뜻함  (평점 8/10)


일본 애니메이션을 영화관에서 본 것이 거의 20년만인 것 같다. 센가 치히로였나가 마지막이었던 것인 듯 싶다. 사실 매월 올리는 기대작에 올려놓지 않았던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별로 좋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때도 몇몇 꽂히는 것만 봤지, 남들 본다고 쫓아보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나마 그 때 이후로 거의 보지를 않았다. 이번부 마음 굳게 먹고 작년에 너무 소홀해서 자칭 영화매니아로서 부끄러운 수준이라 굳게 마음을 먹고 다시 내 취미생활을 제대로 해보자는 의미로 오늘 내일 보고 싶은 영화들을 줄줄이 예매했다. 그런데 낮에 한타임이 시간은 비고 볼 영화가 시간대가 안맞았던 탓에 그 영화는 다른 시간대에 예매하고 빈 타임을 '너의 이름은.'을 선택했다. 일본 뿐 아니라 글로벌로 엄청난 흥행돌풍을 일으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았고 그렇다면 후회할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림 스타일을 보고 예상한 익숙하고 친숙한 따뜻한 분위기는 오랜만에 옛추억을 자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 스토리나 정보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봤는데, 그 분위기로 예상이 되는 딱 그런 영화로 시작하고 중반까지 이어지더라. 정말 너무나 탁월할 정도로 섬세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배경이나 캐릭터들의 표정 뿐 아니라, 스토리 전개나 소품 하나 한땀한땀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디테일은 영화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러넣는다. 따뜻한 감성 속에 소소한 웃음과 감동이 살아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단순히 남녀 고등학생의 신체 교환 로맨틱코메디로 흐를 줄 알았던 영화는 중반 이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급작스러울 정도로 급선회하지만, 초중반에 촘촘히 심어놓은 장치들과 대사들이 빛을 발하면서 퍼즐이 맞춰지게 된다. 그저 낭만적인 재미있기는 하지만 새로움은 없는 잘만든 일본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다가, 중후반 전개 덕분에 이 영화가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 아~ 이래서 '너의 이름은.'이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구나 싶더라.



너의 이름은.은 낭만적인 아름다움이 있지만, 차가운 현실이나 사회의식도 놓치지 않고 디테일 하나하나로 담으면서도, 인간관계와 '인연'이라는 주제를 또렷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평소에 관심이 정말 많은, 그리고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는 인간관계를 주제로 해서인지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는 깊이있는 성찰이 느껴졌다. 내가 평소 생각하던 것과도 많이 겹쳐서 더더욱 좋았을지도 모른다.



너의 이름은.의 단점이라고 하면, 애니메이션 하면 아이들 영화가 연상이 되는데,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는 재미없는, 최소한 중고등학생 이상, 성인이 더 좋아할 영화라는 점이다. 제대로 꽂힌 성인들은 반복관람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엄청나게 흥행할 것으로 보인다.



너의 이름은. (Your Name., 2016) 

감독 신카이 마코토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이시 모네, 나가사와 마사미, 이치하라 에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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