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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r 19. 2017

정말 미친 디즈니, 이렇게 대단하게 바꿔놓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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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정말 미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이렇게 대단하게 바꿔놓다니!  (평점 9.5/10)


요즘 디즈니는 정말 미친 것 같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다. 특히 픽사를 인수한 이후로 고리타분했던 느낌을 주던 디즈니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가족영화 중심의 핵심사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완벽하게 새로운 옷을 입었다. 미녀와 야수는 그 정점에 선 영화가 아닐까 싶다.

디즈니의 제 2의 전성기라 불리우며 오랜 침체 끝에 애니메이션 최강 스튜디오로서 1980년대말부터 1990년대까지 디즈니 왕국을 부활시켰었다. 이 시절에 나온 애니메이션이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노틀담의 꼽추, 라이온킹 등이다. 당당히 써머블록버스터로 1년에 한번 여름에 나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그 시절이다. 그 전까지 애니메이션은 애들이나 보는 것이었는데, 이 이후 가족이나 연인들이 부담없이 행복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인식을 바꿔놓았다. 영화관에서 기꺼이 돈을 내고 볼 만한 것으로 애니메이션을 격상시키기도 했다. 그 당시 CG를 적극적으로 애니메이션에 도입해서 예쁜 그림과 더불어 화려한 볼거리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OST에, 따뜻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까지! 그게 벌써 30년 가까이된 시절 이야기이다. 미녀와 야수는 그 시절 디즈니 제 2의 전성기를 본격적으로 연 기념비와도 같은 영화이다. 이후 동일한 패턴으로 구성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반복되면서 관객들이 조금씩 실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열린 CG애니메이션이 기존 2D 애니메이션을 대체하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는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디즈니는 자사 애니메이션들을 실사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재작년 신데렐라에 이어 이번에 출격한 것은 제 2 전성기 시절을 연 '미녀와 야수'이다. 수십년동안 발전한 기술은 애니메이션보다도 화려한 영상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실사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절 유아기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관객들이 30-40대가 되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매우 익숙하고 호의적이며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들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강력한 무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더구나 나이대상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까지 있으니, 자기를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영화를 보러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머리 좋은 디즈니는 이걸 충분히 활용한다. 추억 속 미녀와 야수를 그대로 실사로 재현하는 동시에, 어른이 된 그 시절 관객들을 위해 캐릭터와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다듬고 깊이를 부여했다. 그냥 즐기며 아무 생각 없이 볼 수도 있지만, 대사 하나하나와 설정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생각해보게 만들거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부여해놓아서 원작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풍부했었나 싶게 만들더라. (그래서 원작을 수십년만에 다시 봤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 거리들은 있었지만 너무 심각해질까봐 더 들어가지는 않았었다) 원작보다 30분 정도 늘어난 런닝타임 대부분은 이 부분을 위해 사용했다. 다수의 소수에 대한 횡포, 다르다는 것을 틀린 것으로 몰아가는 환경, 넓은 세상과 자신의 인생에 대한 태도, 교육적으로 정치적으로 옳바르게 접근하려는 균형감각 등등등. 또한 애니메이션이라서 지나갈 수 있었던 설정들도 실사와 안맞다 싶으면 수정해놓았고, 원작에는 없는 스토리와 대사, 설정들을 넣어 성인들의 공감대와 논리적 전개를 더욱 강화했다. 원작 뮤지컬넘버들과 더불어 원래 함께 있었던 양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귀를 즐겁게 하는 새로운 뮤지컬넘버도 보완했다. 이 모든 것들이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지게 만드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뻔히 기둥스토리를 알고 봤음에도 가슴이 뭉클뭉클 울컥울컥 한 적도 여러번이다.



원작을 못봤던, 원작을 잘 알던 누구에게나 재미를 주고 감동을 줄 미녀와 야수 실사판이다! 미친 디즈니가 만든 정말 미친 실사판 미녀와 야수이다! 둘 다 미쳤다! 정말 디즈니가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 '미녀와 야수' 주제곡인 '미녀와 야수'가 나오는 건 당연히 예상했던 음악을 통한 감성자극 포인트였는데, 정말 예상 못하게 치고 들어오는게 영화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였다. 오랜만에 듣는 셀린 디온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흘러나올 때면 더욱 뭉클해진다.


※ 두 주인공부터 조연들까지 호연을 펼치며 엄청난 몰입감을 가져다줬지만, 그 중에서 압권은 의외로 루크 에반스였다. 정말 생생하게 살아있는 개스통을 만들어냈다.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일 수 있는데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2017) 

감독 빌 콘돈  

출연 엠마 왓슨, 댄 스티븐스, 루크 에반스, 조시 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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