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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r 21. 2017

선거운동과 마케팅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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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조기 대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목숨을 건 치열한 선거운동에 돌입을 했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선거는 취업 관문이자 커리어 관리이니 생존의 문제입니다. 


조만간 출퇴근 지하철역이나 동네 시장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대중매체와 온라인이 발전한 요즘 예전처럼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있는 곳에서 후보자들이나 지원유세하는 사람들, 선서운동원들이 인파와 더불어 열광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선거운동원으로 일했었을 때만해도 많은 인파들로 인해 으쌰으쌰할 맛이 났었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사람들이 흥분해서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 지지자들이나 운동원끼리의 기싸움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흔한 일이었는데 말이죠. 제가 제 나이를 잘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미 십수년 전의 일이네요. 



선거운동원으로 일했을 때 참 재미있는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선거운동에서 변하지 않은 방식이 하나 있습니다. TV토론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 마케팅 등 기술의 발달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다양화에 발 맞춰 수많은 방식들이 나오고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길거리 유세나 명함이나 전단지 돌리기, 유권자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악수하는 등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주요 선거운동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채널이 워낙 많고 다양하니 예전보다 선거운동이 훨씬 더 어려워졌습니다. 정당이나 후보자들도 그만큼 고생을 더 많이 해야 하네요. 평소에는 전혀 눈에 띄지도 않다가 선거운동 할 때만 정치인들이 가까이 온다며 비아냥거리는 유권자들도 많지만, 저는 선거 당선자들에게는 평소 업무 중 하나가 시민의 소리를 듣는 것이고 그 외에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평소 눈에 자꾸 보이면 오히려 일을 안하는게 아닐까 의심합니다. 하기야 일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가장 일반적인 상식으로만 판단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선거운동시에는 후보자들이 할 일이 그거 밖에 없으니 당연히 많이 보이게 되는 듯 합니다. 선거운동시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직접, 혹은 선거운동원들이 매일 매일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너무 자주 보일 정도로 얼굴도장을 찍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서 각자 정해진 시간과 장소로 나눠 접점을 최대한 넓히고 자주 볼 수 있도록 최적의 스케줄과 동선을 짜서 실행합니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악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유권자 한명 한명 소중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유권자가 우리를 지지하던, 무관심이던, 싫어하던 상관하지 않습니다. 하면서 재미있던 현상은 그런 활동이 효과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원래 지지하던 유권자들은 더욱 강하게 관계 형성을 하게 되고, 무관심인 유권자들은 선거나 후보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 호의적으로 만들고,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유권자들 조차도 우리편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입니다. 한 예로 시장을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는데, 저희를 극도로 싫어하는 한 유권자분께서 욕을 하고 물을 주위에 끼얹으셨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뭐 이런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주위 분들이 불쌍하다면서 지지 정당이나 후보자에 상관없이 저희들을 옹호해주시고 그러다보니 저희 후보자까지 도와줘야할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나가는 분들께서 인사나 악수를 받으시면 지지하지 않는 분들은 최대한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그저 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 눈도장과 인사, 악수까지 하면, 자기는 이번에 다른 후보자를 찍을 건데 이러지 말라면서 미안해하십니다. 그래도 상관없으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선거에 곡 참여해주세요라고 말씀드리면 자꾸 미안하게 그런다면서 좋아하시고 태도가 매우 호의적으로 바뀌십니다. 우리 후보자의 약력과 정책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선거운동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사실 선거운동은 마케팅과 브랜드 활동의 최극점에 있는 활동 중 하나입니다. 마케팅과 전략이 과학과 심리학이 만나 명확한 결과를 한번에 보여주는 종합예술과도 같습니다. 각도를 살짝 틀어서 브랜드를 설명하기 위해 선거운동을 예시로 드는게 좋을 만큼 이 둘은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이렇게 잘 맞는 것도 없습니다. 


정당과 후보자는 각각의 브랜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단순화해서 정당은 엄브렐러 브랜드, 정당에 속한 후보자들은 서브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각 후보자들은 속해있는 정당의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뒤로 업고 각자의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가지고 당선과 낙선이라는 명확한 결과를 향해 달려가게 됩니다. 물론 비례대표제 선거로 보면 정당 자체가 독립브랜드이기도 하고, 한 지역구내 후보자들의 경쟁구도에서는 후보자 각각이 독립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또한 특정 정치인이나 후보자의 인지도와 이미지가 정당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단순하게 볼 때 정당과 후보자 간의 엄브렐러와 서브 브랜드 관계는 유효합니다. 



선거운동을 브랜드 관점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반대로 브랜드를 선거운동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보셔도 됩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화해서 보통 다음의 단계를 거칩니다. 브랜드의 존재를 알게 되는 인식과 인지, 그리고 친밀도와 호감도 증가, 마지막으로 구매 등 행동을 하게 됩니다. 선거운동을 여기에 맞추게 되면, 이번 선거에 어느 정당과 후보자가 나오는지 유권자가 알게 되는 것이 ‘인식과 인지’, 유권자가 어떤 정당과 후보자를 친밀하게 느끼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 ‘친밀도와 호감도 증가’, 마지막으로 유권자가 선거날에 해당 정당과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 ‘행동’입니다. 선거운동을 할 때 다양한 채널로 최대한 많은 횟수를 유권자와 접촉하려고 활동하는 것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그 정당이나 후보자가 좋던 싫던 간에 일단 나오는 줄 알아야 찍거나 낙선을 시킬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도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인지도가 없다는 것은 비호감 보다 더 않좋은 상황인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비상식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도 대부분은 자신의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한 일입니다. 무관심 보다는 욕이라도 먹는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각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타겟과 특성상 일부 한계는 있겠지만, 이 정도까지는 TV나 SNS, 온라인 활동, 포스터, 전단지, 명함 배포 등 비접촉, 비대면 선거운동으로도 인지도와 친숙함을 확보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이나 후보자들, 선거운동원들이 몸 망가져가면서 살인적 스케줄로 유권자들을 직접 대면해서 만나는 활동을 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 때문입니다. 예, 맞습니다, 친밀도와 호감도를 증가시키기 위함입니다.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활동들은 친밀도를 높이고 호감도를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친숙하게 되고 이를 넘어서 친밀하게 되고 호감도를 느끼게 되는 과정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습니다. 자주 보이고 익숙하면 그게 친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게 됩니다. 유명인이나 연예인을 보면 왠지 아는 사람 같이 느껴지지 않나요? 직접 길거리에서 보게 되면 마치 친한 친구를 쉽게 찾듯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눈에 확 띕니다. 물론 멋진 외모의 연예인이라면 그 사람의 빛나는 외모와 아우라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눈와 머리에 익숙하고 친숙하기 때문입니다. 정당과 후보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외로 이성적이라기 보다는 감성적인 판단을 합니다. 자신이 매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본능적이고 감성적인 판단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포장을 할 뿐입니다. 의외로 정당이나 각 후보자들의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분석한 후 그 내용을 계속 기억하고 있다가 투표까지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관심이 많은 사람조차도 선거일까지 지속적으로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 몇가지 내용을 빼고는 잊어버리는게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그래서 정당과 후보자가 자주 보여서 익숙해지면서 점점 친숙해지고 거기에 아이컨택이나 인사, 악수 등 접촉까지 더해서 유권자가 자신들과 친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문화에서 상대방에게 빚을 진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은 엄청난 효과가 있습니다. 내가 원해서 받은 호의나 선물이 아니라도 그것을 갚아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거운동들을 통해서 결국에는 유권자의 마음을 바꾸고 자신에게 투표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선거날 현명한 선택으로 투표를 하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선택이 감성적인 것이었는지 이성적인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투표 후 결국에 감성적인 선택이었구나 깨닫게 되셔도 대부분 사람들이 하는 실수이니 너무 자신을 탓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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