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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y 12. 2017

한마디로 SF 호러가 아니라 싸이코스릴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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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커버넌트, 한마디로 SF 호러가 아니라 싸이코스릴러물!  (평점 9/10)


에이리언 커버넌트, 메가박스 코엑스 MX관 ATMOS (애트모스피어) 관람



[노 스포일러]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올해 가장 기대하던 영화로 정갈한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였다. 인생 영화 시리즈인 에이리언 시리즈에, 입 떡 벌어지게 만들었던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이니 안그런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봉일이 다가올 수록 점차 더 커지는 기대감을 일부러 죽이기 위해 꽤나 노력했다. 무엇이던 그렇듯 기대감이 너무 크면 그것을 능가할 수가 없으며, 정동 에이리언 시리즈라면 괜찮았겠지만 전작인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하는 게 맞았다. 프로메테우스가 던진 질문들, 인류의 기원과 창조주와 피창조물의 관계 등 인류가 생긴 이래 항상 질문하던 본질적인 질문들이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지탱하던 중심축이었는데, 현실적으로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미 수천년 수만년 고민해도 찾지 못했던 답을 영화 한편이 해결해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우리는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거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가 용두사미 꼴로 마무리되어 실망한 경험도 있지 않은가?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프로메테우스 2가 아니라 에이리언을 제목으로 가져왔고, 개봉에 맞춰서 순차적으로 공개된 영화 정보들 때문에 프로메테우스 속편이라기 보다는 에이리언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직접 본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관객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피해갔다! 정통 에이리언 시리즈 보다는 프로메테우스 속편임이 명확했고, 예고편이나 사전에 공개된 정보에서 보여준 에이리언 시리즈의 익숙함 혹은 SF호러로서의 에이리언은 단지 떡밥에 가까웠다.

한마디로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관객들이 예상하거나 기대했던 SF호러영화가 아니라 전편인 프로메테우스에서 이어져 있는 '싸이코스릴러'물이었다.



내용을 설명하다 보면 스포일러가 노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돌려서 이야기하면 에이리언과 사투를 펼치는 인간의 이야기와 갈등은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중심 스토리가 아니다. 오히려 전편인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하고 살아남았던 인공지능 로봇 데이비드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물이다.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세계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양들의 침묵' (안소니 홉킨스), '원초적 본능' (샤론 스톤)이 '13일의 금요일' 시리즈를 만난 느낌이다. 물론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영상미는 여전히 탁월해서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다. 



전편인 프로메테우스에서 던진 질문들은 '다른 방식으로' 의견을 제시하거나 피해가는 방법을 택한다. 무책임하다기 보다는 현재 인류가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답변, 혹은 다르게 질문을 해석해서 답을 던지면서 질문의 프레임을 바꾸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얄밉기는 하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매트릭스 3편처럼 좁은 세계관으로 당혹스러운 답을 던지는 것 보다 훨씬 좋다. 80세 노장 감독의 인생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인사이트가 여유롭게 담겨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멋지다고 느껴졌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데이비드와 월터 (에이리언 커버넌트에 등장하는 인공지능로봇)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동시에 주제를 전달하고 중심 스토리를 담당한다. 그렇다 보니 에이리언과 인간의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에이리언과 인간의 이야기와 장면이 나올 때면, 데이비드와 월터 부분과 달리 두서없이 빨리 나오고 빨리 진행되고 빨리 마무리 된다. 그렇다 보니 자극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영화 초반부 에이리언 등장 전까지의 점차 고조되는 뻥 뚫린 대자연의 풍광을 보여줌에도 좁은 공간에 갇힌 듯 느껴진 숨막히는 연출과 달리 이후부터는 차근차근 긴장감을 쌓아올리지 않아서 긴장감과 박진감이 떨어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데이비드와 월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즉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에이리언과 인간은 관객 서비스용으로 일부러 끼어넣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참,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영화등급에 대해 말이 많은데, 정말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라는 사실이 오히려 영화보다 더 충격적이고 가장 무섭다! 성인등급으로도 만만치 않은 강도인데, 심의한 사람들 정말 미친 것 같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에이리언팬 서비스 차원으로 에이리언 1탄부터 4탄까지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교묘하게 차용했다. 이 부분을 찾아보는 것이 또다른 재미를 준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으로 답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질문들과 논쟁거리를 던진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에이리언 시리즈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불친절하다. 에이리언 커버넌트 다음편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 작품을 통해 다시 답을 주고 에이리언 시리즈로 단단히 연결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질문들과 논쟁거리들, 그리고 해석의 여지를 다양하게 남겨놓은 부분들 덕분에 다음편을 안볼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이런 두뇌싸움은 언제든 환영한다!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더 많은 장점으로 많은 부분을 커버하고도 넘어선다! 정말 쿨한 영화다! 2차 관람 예약이다! 다시 보면서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한 근거들을 모으고 확인해봐야겠다.


※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화면도 중요하지만 사운드가 좋은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서 얼마전 리뉴얼한 메가막스 코엑스 MX관에서 ATMOS 애트모스피어 사운드로 봤는데, 예상한대로 섬세하고 공간감 있고 박력있는 사운드가 영화의 매력을 극강으로 올려준다.


에이리언: 커버넌트 Alien: Covenant, 2017 제작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누미 라파스, 캐서린 워터스톤, 카르멘 에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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