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벤허 리뷰, 뮤지컬, 벤허, 카이, 최우혁, 안시하
뮤지컬 벤허,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듯한 경험 그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그대로...
뮤지컬 벤허를 10월 1일 일요일 낮 2시 공연으로 관람했다. 주요캐스팅은 벤허 카이, 메셀라 최우혁, 에스더 안시하 였다. 자리랑 시간을 중심으로 예매하면서, 내게는 아직 뮤지컬 배우로서 보다는 탤랜트로 보이는 유준상 배우만 신뢰가 안가서 (그의 공연을 보지 못해서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유준상만 피하자는 생각으로 예매를 했다. 카이를 제외하고 나머지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되는 규모의 공연이면 사실 누굴 선택하던 기본 이상의 퀄러티가 보장이 되니 그것만 믿고 그냥 했다.
개인적으로 구정이나 추석연휴, 혹은 여름휴가 최성수기에 특별히 어디 안가면 공연에 눈을 돌린다. 그 시기 서울에 사람이 많이 없어서 크게 할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티켓값이 만만치 않은 대형공연일수록 할인 체감이 훨씬 크다. 뮤지컬 벤허 역시 40% 할인을 해서 추석연휴 일정이 확정되고 나서 2주 전에 미리 예매를 했다.
창작뮤지컬에 초연인 공연은 검증이 안되서 불안불안하다. 그래서 궁금하기는 했지만 뮤지컬 벤허를 보는 걸 망설였었고 이번 초연에는 솔직히 볼 생각이 없었는데, 연휴 맞이 40% 할인된 티켓값이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자리는 VIP석으로 잡았는데 운좋게도 평소 선호하는 좌석인 중앙 섹션의 통로 쪽이 비어서 고민 없이 잡았다. 그런데 공연장에 가니 거의 만석인데 내 옆자리도 딱 비어서 좁고 불편한 좌석임에도 소파에 앉는냥 양 옆 통째로 마음대로 쓰며 편안하게 봤다.
카이 공연도 처음이었는데, 카이를 비롯해서 최우혁, 안시하 그리고 조연들과 앙상블들까지 완전히 만족스러웠다. 뮤지컬의 속성상 공연 자체가 별로라도 괜찮은 뮤지컬 넘버를 배우들이 잘 소화해내기만 해도 일단 절반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몇 부분에선 감정상 울컥, 노래에는 소름이 돋더라.
뮤지컬 벤허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대형뮤지컬이라는 것을 일부러 과시하듯이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더구나 대부분 관객 머릿속에 강렬하게 존재하는 영화 벤허라는 시대의 걸작이 있는 상황에서 비교 역시 불가피하다 보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한마디로 뮤지컬 벤허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볼만한 대작 뮤지컬이다! 익숙해서 친숙한 그리고 감동이 있는 원작 스토리가 단단히 중심을 잡아주고, 화려한 미술과 의상을 바탕으로 배우들의 호연이 있다. 거기에 상황에 적합한 멋진 음악과 뮤지컬 넘버도 있다. 유머와 액션을 적절하게 조합해서 전체적인 감정흐름선과 긴장과 이완도 훌륭하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만큼 재미있다! 1막의 호흡이 너무 빠르고 2막이 되어서야 이야기 진행흐름이 정상화되는 것 같다는 평도 있지만, 솔직히 1막이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는 빠른 장면 전환과 급속도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2막은 1막에 비해 호흡이 느리지만 중요한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힘을 주고 관객의 감정선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블록버스터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제작비가 어마어마하니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린다.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여성관객을 타겟으로 해야 하고 거기에 소재가 소재인만큼 가족관객을 비롯해서 기독교 관객들까지도 만족시키려고 한다. 여기에 원작 영화 벤허까지 무대로 소화를 해야만 한다. 그러다보니 너무 많은 걸 담다가 두리뭉실해지면서 급격하게 튀는 부분들이 중간중간 속출한다. 사랑 이야기, 종교 이야기, 우정 이야기, 배신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 시대적 상황과 계급에 대한 이야기... 아직도 할 말이 많은데 이미 숨이 차다. 창작 뮤지컬에 더구나 초연이다 보니 더더욱 그 욕심이 이해는 가지만, 뮤지컬 벤허에 맞게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특히 몇몇 캐릭터는 솔직히 없어도 진행에 특별히 문제가 없었을 정도로 역할이 별로 없었거나 왜 넣었는지는 알겠는데 제대로 표현할 여유가 없었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여자주인공인 에스더 역할이다. 뭔가 벤허와의 러브스토리가 벌어지고 전체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없애고 다른 캐릭터들이 역할을 나눠 받아도 될 정도다. 주인공인데 말이다. 여기에 다른 소소한 조연들까지도 깊게 생각해보면 역할이 별로 없다. 너무 많은 캐릭터를 골고루 배치하며 가다보니 캐릭터를 단단히 구축할 틈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또다른 주인공인 메셀라이다. 차라리 유다 벤허와 메셀라의 대립구도를 더욱 또렷하게 하고, 메셀라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거다. 메셀라 캐릭터는 1막과 2막의 캐릭터 성격이 완전히 바뀔 정도로 엉망으로 만들었다. 형제와 같은 깊은 우정을 나눴으나 각자의 신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장난이라는 멋진 소재를 이렇게 망가뜨리다니... 또한 너무 벌려놓다보니 메셀라 뿐 아니라 이것저것 마무리를 급하게 짓는 경향이 심하고 특히 엔딩에서는 이게 끝인가 싶을 정도로 흐름이 뚝 끊긴다. 마치 반지의 제왕 1편 끝처럼 말이다.
미술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느껴질만큼 공을 들였다. 각종 특수효과까지 더하여 화려함은 공연장 무대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건 개인 취향일 수 있는데, 최근에 올라오는 대형공연들이 너무 기술에 의존하다보니 오히려 스스로 한계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오히려 기술이 모자랐을 때는 관객이 상상력을 더해서 실제 보다 더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지게 만들었는데, 이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무대에 재현된다. 그러다 보니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는 공연 속성상 그 한계를 극복하는게 역설적으로 더 어려워졌다. 뮤지컬 벤허에서 그 한계가 여실히 보이는 장면이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전차 경주 장면이다. 영화 속에서도 명장면이었던 바로 그 장면이 뮤지컬에서는 여실히 한계를 드러낸다. 관객의 기대치가 가장 높은 장면임을 생각하면 실망할 확율이 원래도 높기는 했지만, 이번에 구현된 것은 단순히 무대 안에 그 영화적 경험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려다가 당연히 영화보다 더 잘나올 수 없으니 실망하게 되었다. 뮤지컬 라이온킹을 떠올려보면 무대라는 작은 공간을 관객의 상상력을 끌어올려서 아프리카 한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뮤지컬 벤허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듯한 경험 그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그대로 있는 뮤지컬이다. 욕심을 부려서 다넣었으니 다음 공연에서는 버릴 거 버리고 다듬기 오히려 좋을 것이다. 그래서 재연이 더 기다려진다.
* 뮤지컬 벤허의 특징은 여자배우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 남자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뮤지컬의 메인타겟이 2030 여성들을 위한 '육체적 볼거리'가 충만하다. 예전에 헐리우드 영화가 로마시대나 원시시대 등을 배경으로 상업영화를 만든 이유 중 하나가 굳이 벗기지 않아도 헐벗고 나올 수 밖에 없어서였는데, 뮤지컬 벤허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근육질 남자배우들의 멋진 몸을 원없이 볼 수 있게 한다. 그 정점은 2막 오프닝에서 그 의도를 분명히 한다. 여성을 벗기면 지탄의 대상이 되는데, 이제는 남성을 노골적으로 성적 대상으로 상업적으로 파는 일이 많은데 그건 별 화제가 안된다. 이 부분은 신경 안쓰더라도, 그들이 정말 불쌍해보였는데 그 이유는, 주연부터 조연, 앙상블까지 대부분 남자배우들이 가슴과 복근 기본 장착을 위해 체지방율을 낮게 유지해야 했을텐데 그러면서 노래까지 해야 하니 그 상반된 두가지를 어떻게 해내고 있을지였다. 그 체지방율에 노래나 제대로 부를 힘이 있는지 안쓰럽더군. 보기는 좋은데 정말 힘들듯. 뮤지컬 벤허의 남자배우들은 특히 돈을 많이 줘야할 것 같더라~ ㅋㅋㅋ
뮤지컬 벤허 (2017, 160분|뮤지컬>창작)
기간 2017.08.24(목)~2017.10.29(일)
장소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