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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an 18. 2018

직장인의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예능 PD에 빗대어 살펴본 직장인의 전문성

직장인에게 '전문성'은 왠지 가려움증 같습니다. 그것도 등짝 애매한 곳에 생겨서 손도 안 닿는 가려움증 말이죠. 특히 영업이나 마케팅, 재무, HR같은 사무직에 있는 분들에게 더 그런것 같습니다. 대충 잊어버리는가 싶으면 슬그머니 돌아와서 나를 고민스럽게 만듭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일하는게 맞는지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사수가 없는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고민이 더 심하죠. 나는 이런저런 잡일만 하는데, 내 동기는 전문성을 착착 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직하겠다고 독하게 마음을 먹어도 서류통과도 쉽지가 않습니다. 직무면접은 더 힘들죠. 나도 이것저것 한 것은 많은데 뭐 했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은 없고..난 언제 '전문가'로 성장하나 한숨이 나옵니다.


오늘의 주제는 사무직 직장인의 고민인 '전문성'입니다.






1. 세부 업무를 잘 하면 전문성이 쌓일까?


사무직 직장인에게 있어 전문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예능 PD에 비유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김태호 PD, 그리고 나영석 PD를 한 번 생각해봅시다.  


모두 아시다시피 김태호 PD는 매주가 특집인 무한도전을 10년이 넘게 끌고 온 사람입니다. 무한도전 이후에는 잠시간의 휴식기를 거쳐 새로운 포맷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죠. 


하지만 최근에는 김태호 PD보다는 나영석 PD가 화제성이나 시청률 측면에서 나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역량 차이라기 보다는 특정 방송사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챙겼던 사람과 외부에서 자유롭게 역량을 펼칠 기회를 가졌던 사람의 차이, 혹은 소속 조직의 역량 차이 때문인것 같습니다. 


김 PD와 나 PD에 대한 비교는 차치하고, 이 두 사람의 '전문성'은 과연 무엇일까요?


PD니까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겠죠. 프로그램을 잘 만들려면 아이디어 기획, 대본 작성, 촬영, 편집 등 세부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PD의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PD로 성장한 것이 과연 이런 세부업무를 잘해서일까요?


생각해보면 두 PD 모두 각각의 세부 업무는 담당자들만 못할 것입니다. 대본은 전문 예능 작가들보다 못쓸 것이고, 촬영은 촬영감독이 더 잘 할것이며 편집 역시 이미 손을 놓은지 오래일 것입니다. 편집이나 자막은 주로 막내들이 하는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은 무슨 전문성이 있어서 우리나라 최고가 된 것일까요?



2. 전문성을 증명하는 방법


세부업무도 세부업무지만 섭외를 잘 하니까, 혹은 예산을 잘 따내니까 최고가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잘 한다'는 것과 전문성을 어떻게 증명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요, 간단합니다. 프로그램 시청률이나 화제성으로 PD의 전문성을 입증한 것이지요.


이제 PD 이야기를 사무직 직장인의 맥락에 대입해봅시다.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서를 쓰는 것, 그리고 의사결정자를 설득하고 세부 업무를 진행하며 유관부서와 협업하는 능력 등이 필요하죠. 하지만 이 중에 하나를 특출나게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일을 잘 한다'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못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펑크나지 않는 수준에서 할 수 있으면서, 이 모든 사항을 엮어서 실적과 성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영업, 마케팅, 재무, HR 등 사무직 직장인의 전문성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얕고 넓은 지식에 기반한 문제해결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 직급에 따른 인사이트 및 조직관리 능력


이 정리를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사무직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내가 속한 산업, 조직 경영, 인간관계, 실무지식 등 

세부 업무 하나에만 특화될 필요가 전혀 없다.

하지만 어느 한 요소라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안된다.


2)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곧 좋은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α 를 가지자.

다양한 요소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거나 이직 제의를 받는 것은 아니다.

+α를 가져야 한다.


3) +α는 직무지식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평판이 필요하다.

직무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뒤쳐지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각인된 나의 업무 방식/성격적 특징/ 특정 경험 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선 "저 친구 일은 꼼꼼하게 해"같은 평판 or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4) 평판과 Track record가 모이면 기회가 된다.

"저 사람 작년에 XX사에서 OO TF 있지 않았나? 우리 비즈니스에 어느 정도 이해도는 있겠네."

"일도 디테일하게 잘 챙긴다던데, 쓸만한 것 같아. 데려오자."

누군가에 대한 의사결정자들의 판단은 이렇게 평판과 Track record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5) 처음 보는 일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고 나름대로 경험과 인사이트를 쌓아도 항상 새로운 일이 터져나오는 곳이 회사다. 

그러므로 처음 보는 일에도 당황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적응력과 능숙함이 필요하다. 


6) 새로운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서는 문제해결력이 있어야 한다.

문제해결력은 일단 터진 문제를 수습하는 능력이 아니다. 

해답이 없고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가설(대안)을 생각하고 그에 맞춰 일을 우선순위화하며, 실행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능력이다.


사무직 직장인의 전문성은 특정 직무 하나에 대한 지식이나 깊은 인사이트가 아닙니다. 넓고 얕은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의 평판과 Track record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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