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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pr 21. 2018

B2B 직무교육시장의 보수성

교육, 교육산업, 교육시장, 기업교육, 직무교육

어떤 산업군이 안그런 곳이 있겠냐만 교육산업, 특히 기업이나 공공기관,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B2B 부분의 보수성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행태는 심각하다. 이미 잘 알고 굳게 마음 먹고 이 산업에 들어왔지만 직접 부딪히게 되니 더욱 재미있고 흥미롭다. 수주사업의 (안좋은 의미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학연, 지연, 여기에 '커리어연(함께 일했었던 직장동료와 선후배로 사적인 관계)', '사연(어떤 이유던 사적으로 끈끈하게 엮여있는 관계)'이 더해진다.


제안을 받고 의뢰한 곳의 담당자들과 함께 교육 과정을 한창 설계하다가 갑자기 중단되거나 딜레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예상대로 그 윗선에서 갑자기 테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많은 이유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되고 나면 우연의 일치로(?) 다른 업체가 갑자기 들어온다. 우리가 단독 후보로 들어갔던, 비딩으로 들어갔던 상관없이 선정과정 중 뜬금없이 들어온다. 뭐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생활만 십수년을 했는데 이런 일은 원래 비일비재하니까. 재미있는 것은 제안 받은 주제를 풀어낼 수 없는 업체나 완전 듣보잡 업체가 들어왔을 경우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나 Corporate Venturing 주제를 풀어야 하는데, HR 리더십과 조직관리를 하던 업체가 그 분야 전문가라고 들어온다. 그래서 뒷조사 해보면 뭐 예상하는 그 스토리에서 한치도 안벗어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우리 보다 오히려 그 회사 담당자들이 멘붕되고 미안해한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죄가 있남? 어떤 상황인지 잘 아니 오히려 우리가 다독거려준다.  


이런 경우도 많다. 예전에 한번 이야기하긴 했는데, 우리가 만든 과정은 완전히 오픈한다. 교육 설계안까지도 말이다. 당연히 우리 제안서 역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닌다. 그러면 이 바닥 특성인데, 기업이 그것을 다른 업체에 주면서 이렇게 해달라고 하거나 다른 교육업체에서 이것을 참고하거나 카피해서 자기 클라리언트에게 제안한다. 서로서로 베껴서 사용한다. 당연히 그렇게 할 것까지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냥 다 오픈한다. 친절히 가르쳐주기도 한다.


우리가 당장 손해보면서도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본질적인 이유는 우리 과정들이 겉으로 흉내낼 수는 있어도 우리가 직접 하지 않으면 그 효과가 나오지 않도록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다른 업체가 가져간들 수개월에서 1년 정도 되면 거기에 실망해서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미 여러건 그런 일들이을 겪었다) 그리고 아직 상황상 Walk-In으로만 B2B를 받고 있는데, 우리가 우리 교육과정을 소개하고 파트너로서 참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설득하는 대상은 철저히 실무담당자들로 Top-Down 방식의 수주기회와 의사결정 대신 Down-Top을 지향하고 있다. 어차피 그들이 2-3년 지나기 시작하면 의사결정권이 조금씩 생기면서 향후 교육부분을 주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으로 접근하면 기존 틀에 묶여서 기존 업체들과 똑같아지는게 싫기도 하고, 당장은 돈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지속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지금 B2B 사업 전개 방식은 교육시장에서 암묵적으로 절대 하지 말라는 기준, 소위 망하는 지름길로만(?) 가고 있다. 좋은 콘텐츠(이 바닥이 흥미로운 건 논리적 상식적으로는 좋은 콘텐츠가 팔리는 시장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실무담당자 컨택과 지원 (관계를 이용해서 Top부터 접근하지 않는다), 콘텐츠와 수주기회 오픈 및 공유 (우리가 굳이 다 가질려고 욕심 부리지 않는다)를 추구하며, 오히려 이 부분을 차별화 요소이자 우리만의 색깔로 선명하게 드러낸다. B2B교육시장이 극도로 보수적이지만, 몇년전부터 변화의 기미가 보였고 이제 슬슬 변화의 트렌드를 타고 있다는 개인적인 판단과 촉이 있어서 그것만 믿고 가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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